삼성가 상속소송, 창과 방패 대결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원고 측 변호인단인 화우가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왔네요. 첫 변론 분위기는 아무래도 화우 측에서 주도했다고 봐야죠."
삼성가 형제간,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된 30일 오후 법정(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 재판장 서창원 부장판사) 공방을 지켜본 한 재계 관계자가 남긴 말이다.
그랬다. 적어도 이날 법정의 분위기는 법리적인 논쟁은 뒤로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재현 CJ 회장 부친)과 이숙희씨(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측의 주장이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뜨거운 공방전을 연출했다.
막을 올린 삼성가 형제간 상속분쟁 법정공방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동안 숱하게 뒷말을 낳았던 장외 발언은 이제 법원의 소송진행에 따라 법리적 싸움으로 본격화된 것이다.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소송은 예상대로 이맹희·이숙희씨 등의 대리인인 변호인단과 이건희 회장 측 대리인인 변호인단 간 치열한 공방으로 전개됐다.
원고인 화우 측은 시종일간 공격적인 입장을 취한반면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은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법리적인 요인 보다는 감성적인 언어로 변론을 이끌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적으로 이건희 회장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자료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자서전·이맹희씨의 자서전과 1980년대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후계자로 낙점되던 당시의 상황을 담은 기사 등을 통해 이맹희·이숙희씨 등이 재산을 탐내고 있는 '후안무치'의 인사들로 몰고갔다.
이에 반해 화우 측은 차명주식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는 법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할 상속의 일부라고 반박하면서 소송의 명분과 부당하게 침해된 상속권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이건희 회장의 독식을 비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변론은 향후 길고 지루하게 이어질 법정공방의 전초전 성격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덕성 문제를 거론한 것은 재판부 보다 여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재판부를 충족시킬 명백한 증거자료를 꺼내놓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는다.
그렇다면 향후 법리적인 공방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무엇일까.
이날 소송에서는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것은 바로 '제척기간(법률상으로 정하여진 존속기간)'이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권이 침해된 것을 안 날로부터 3년, 행위로부터 10년이 지나야 상속권 회복 청구권이 소멸된다.
원고인 화우 측 변호인단은 "지난해 6월 이건희 회장 측에서 차명계좌에 대한 동의서에 사인을 요구했을 때 차명계좌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단은 2007년 특검 수사 당시 전 국민이 차명 주식에 대해 알게 됐고 차명 주식 역시 1987년에 이미 상속이 끝났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재판부도 이 제척기간에 대한 법리공방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제척기간에 대한 추가 서면을 요구한 상태다.
다만 이 제척기간의 법리공방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가 얼마나 상속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첨예한 대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단은 "원고는 상속 차명계좌 재산이 고스란히 현재 차명계좌로 전환됐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데, 그동안 차명계좌는 유상증자, 매매 등으로 인해 원 상속분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변호인단과 재판부는 자세한 거래내역을 요구했다. 거래가 있었다면 이 거래를 어디까지 상속으로 보고 다른 추가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화우 측에서 소송의 확대를 감안해 요청한 삼성에버랜드 보유 삼성생명·삼성전자 실명전환 주식의 성격도 소송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실명전환 주식까지 소송에 포함되게 되면 소송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커질 수 있다.
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규모로, 향후 소송 과정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송의 확대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규모를 확정지을 수 있는 삼성특검 증거조사는 법리공방 이후로 예정돼 있어 아직 예측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가정을 전제로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원고에게 청구취지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에서 증거요청을 법리공방 이후로 예정하고 있는 만큼 에버랜드와 이건희 회장의 소송이 각기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다"면서 "일단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소송이 가닥을 잡게 되면 이에 대해 전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공판 진행에 따라 원고 측에서 이맹희·이숙희 중 한명이 증언대에 서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병철 창업주의 별세 당시 상황을 아는 것은 결국 당시 자녀들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원고 측 대리인인 화우의 한 변호사는 "증인 선정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이맹희·이숙희씨를 증인신청 하게 될지 안 될지는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첫 변론 공판에는 취재진과 재계 관계자 등 100여명이 방청객을 가득메워 세간의 관심을 엿보이게 했다. 이렇듯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국내 최대 재벌가의 이번 상속분쟁 법정공방은 오는 6월27일 두번째 변론을 진행한다.
▶ "왕의 귀환" 주식 최고의 별들이 한자리에 -독새,길상,유창범,윤종민...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