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주원료인 국제 곡물가격은 내릴 줄 모르고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에 제품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꾹꾹 참고 손실을 떠안았다"
올해 식음료업체들의 기습적인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을 놓고 6일 업계 고위 관계자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물가관리 방침 때문에 가격 인상을 유보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지속된 원가 인상률에 생필품 가격인상은 도미노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여왔다는 얘기다.
지난해 식품업계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물가안정대책의 골자는 농림수산식품부 내에 물가대책상황실을 설치해 수급과 가격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가공식품민관협의회를 통해 인상수준을 최소화하면서 인상시기도 분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눈치만 보며 이미지 만회를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했던 기업들마저 슬그머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팔도는 비빔면의 가격을 12.5%, 서울우유은 우윳값을 2.2% 인상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등 식품업계에선 앞선 4월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잇따른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가격인상 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채 올렸다는 이유로 빈축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원가상승 부담을 이유로 꼽지만 레임덕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의 물가관리 장악력이 약화된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가상승 부담속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던 상당수 업체들이 현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A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현재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경쟁사들도 가격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우윳값 인상에 곤혹을 치르고 있는 서울우유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앞장 서 매맞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다. 정상가격의 환원이라는 주장과 가격 기습인상이라는 지적이 물가당국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 그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우윳값을 인상하면서 실시했던 50원 할인행사를 기간이 만료돼면서 자연스럽게 정상가격으로 판매에 나선 것"이라며 "우유값을 또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할인혜택이 끝나 정상 가격으로 환원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