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외국환평형기금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누적결손이 급증, 자본잠식 규모가 2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의 경우 3조원 이상의 운용 손실이 발생, 누적 결손금이 20조원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및 재정위기 와중에 환율의 급등락을 막아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자본잠식 규모가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수준에서 적정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 외국환평형기금 23조원대 완전 자본잠식, 누적 결손 폭증
11일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12월말 현재 외국환평형기금의 자산은 114조 4075억원, 부채는 137조 849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순자산이 마이너스(-) 23조 442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기금운용 결과 지난해의 경우 3조 304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한 해 전인 2010년에는 5조 968억원의 손실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11년말 현재 누적 손실이 22조 188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이래 외국환평형기금의 재무상황을 보면, 자산은 2007년 64조 7592억원에서 2011년 114조 4075억원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는 2007년 91조 959억원에서 2011년 137조 8497억원으로 절반 가량 증가했다.
순자산의 경우에는 지난 2007년 마이너스(-) 26조 3367억원에서 2011년에는 마이너스(-) 23조 4422억원을 기록,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재정운용 결과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5조 1923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을 제외하면 2007년 332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이래 2009년에는 4조 6966억원, 2010년에는 5조 968억원으로 손실이 급증했고, 지난해 3조 3048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 외평기금 손실확대 이유? 구조적 역마진, 이자손실 급증
외국환평형기금의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역마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외국환거래법에 의거 외국환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으로 원화 또는 외화의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재원으로 외국환매매를 주로 한다.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입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환율이 급등할 때에는 달러를 매도하여 환율 하락을 유도하고, 환율이 급락할 때에는 국고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원화자금으로 달러를 매입, 환율 급락을 방어하거나 환율 상승을 유도하는 데 활용된다.
문제는 국내에서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발행을 하고 획득한 달러자금은 해외에서 안전자산인 미국의 국채 등에 투자하여 기금을 운용하면서 조달금리가 운용금리보다 높은, 이른바 역마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외화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미국의 신용등급보다 낮기 때문에 외화자금 조달금리 역시 운용금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자산보다 부채가 초과되면서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부채의 만기 상환이나 차환을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이자수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늘어나면서 이차손익이 발생하게 된다.
◆ 외평기금 환율하락 방어, 원화강세기 구조적 외환평가손실 발생
또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에는 원화강세로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환율이 급등할 때는 원화약세로 평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만 글로벌 위기 때 급속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원화강세기 환율의 하락을 방어하는 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외환평가손실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2008년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환율이 급등한 결과 15조 1923억원의 운용이익을 거둔 바 있다.
그렇지만 2008년 이후 환율이 급하락하면서 외환평가차손을 봤고 여기에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역마진이 더해지면서 지난 2009년 4조 6966억원, 2010년 5조 9688억원의 손실을 봤다.
2011년에는 역마진이 확대된 반면 글로벌 재정위기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환평가차익이 발생, 3조 3048억원으로 2010년보다 손실이 줄어들었다.
조달금리가 운용금리보다 높은 역마진은 지난 2007년 운용금리가 4.59%, 조달금리가 4.85%로 역마진이 0.26%포인트에 그쳤으나 2009년에는 운용금리가 2.37%, 조달금리가 4.83%로 2.46%포인트로 역마진이 커졌다.
이후 2010년에도 글로벌 위기로 안전자산 선호가 급속히 퍼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하향, 운용금리가 2.16%로 낮아진 반면 조달금리는 4.59%를 기록하면서 역마진이 2.79%포인트로 커졌고, 2011년에는 운용금리가 1.66%로 더욱 하락, 역마진이 3.24%포인트로, 3%포인트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 외평기금 부채 올해 155조원 상회, 적정규모 관리 필요
한편 재정부는 올해 외국환평형기금의 부채가 155조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평기금 부채는 외환시장안정용 국채로 외평채와 국고채로 조성되는데, 올해 19조 1000억원이 증액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회계 적자국채가 2009년 이후 글로벌 극복과정에서 급증, 올해 149조 2000억원으로 증가, 국가채무가 445조 9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33.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은 한국은행 예치금, 외화위탁자산 등 부채에 대응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들한테 순수하게 돌아가는 적자성 채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회 통과과정에서 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은 “외국환평형기금 자체만으로도 시장 억지력이 있다”며 “글로벌 위기 속에서 금융시장 불안정이 심화돼 투기세력이 관여할 소지가 많은 등 환율 안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외평기금 증액을 요청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 관계자는 “외국환평형기금의 경우 자산운용규모가 확대될수록 이차손실이 증가하게 되고 누적적자 규모가 커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외평기금의 자산규모를 적정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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