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정책자들의 위기 대응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주변국을 중심으로 실물 경기가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위기 해소에 강한 의지를 보인 데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유로존 시스템을 존속시킬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지만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ECB의 국채 매입에 반기를 들고 나서 마찰이 예상된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실업률부터 경기신뢰까지 유로존 경제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스페인 2분기 실업률은 24.63%로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또 한 차례 갈이치웠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고용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존 2위 경제국인 프랑스의 소비자신뢰지수는 7월 87을 기록, 전월 89에서 내림세를 나타냈다. 특히 미래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13포인트 급락, 마이너스 47을 기록했다. 이는 2007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 역시 기업 경기신뢰지수가 7월 88.7에서 7월 87.1로 하락했다. 경기신뢰의 악화와 실업률 상승에 따라 실물경기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가 내달 14일로 예정된 가운데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ECB가 또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 전문가는 내다봤다.
BNP 파리바의 켄 워트렛 이코노미스트는 “월별 주요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2분기 유로존 경제는 매월 하강 기류를 탔다”며 “2분기 유로존 경제는 완만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존 생존과 유로존 금융권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드라기 총재와 한 목소리를 냈다.
ECB가 최근 수익률이 급등한 스페인을 포함해 주변국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이 투자자들 사이에 유력한 묘책으로 꼽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9월부터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 국채 수익률 상승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방크는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채 매입이 효과적인 위기 진화책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