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건국후 최대 홍보-삼성측은'어리둥절'
[뉴스핌=이강혁 기자]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연간 영업이익 규모도 아니고 총 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는 막대한 투자를 한다니 어리둥절하죠. 임직원들도 모르는 이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고덕산단)에 100조원 규모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 서초사옥 임직원들은 대체로 이같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도 삼성 임직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한국 산업경제의 핵심축이지만 단일 기업이, 그것도 국내외 경제의 장기불황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에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삼성 임직원들도 모르는 삼성전자의 평택 고덕산단 100조 투자의 진실은 뭘까.
-경기도가 공개한 삼성전자의 평택 고덕산단 조감도. |
1일 재계와 경기도, 삼성 등에 따르면 이 소식은 지난달 31일 경기도와 삼성전자가 '평택고덕산단 분양계약 및 지원협약 체결식'을 가지면서 알려졌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영 국회의원, 김선기 평택시장, 이재영 경기도시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에서는 이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가 고덕산단 용지매매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이곳에 ▲태양전지, 의료기기를 비롯한 신수종사업과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 등에 100조원 이상 투자, ▲이에 따라 3만명 이상의 고급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핵심 골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체결식 인사말에서 "각 정당정치 하시는 분들이 전부 삼성전자 때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커지면 커질수록 대한민국 국민은 더 행복해 질 것"이라며 삼성 예찬론을 펼칠만큼 삼성전자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대감을 높였다.
이와 관련 경기도 투자산업심의관은 질의응답을 통해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최대의 공장 부지를 입지하는 매매계약이기 때문에 대한미국에 3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직접적으로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단 투자는 약 100조원 이상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투자"라고 설명했다.
또, "이곳에 신수종 사업분야와 메모리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고덕단지가 세계 최대 최첨단의 전자 단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삼성전자의 고덕단지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변 용지 기반시설과 여러가지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설명대로라면 삼성전자에게 이번 계약은 의미가 큰 프로젝트다. 수년의 건설 기간이 소요되는 일이고,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경영의 중대한 결정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경기도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와 관련해 기업공시나 보도자료조차 일절 배포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94조원 규모라는 점에서 100조원 투자는 깜짝 놀랄만한 결정이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도의 설명만큼 구체화된 계획은 없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의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은 팩트이지만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지 활용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짧막한 코멘트를 내놨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경기도의 대대적인 선전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엿보인다.
수원과 기흥, 탕정 등 경기권에 주요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의 한 임원은 "올해 연간 총 시설투자 계획이 25조원인데, 아무리 기간을 몇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100조원 투자가 어디 선뜻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경기도 역시 100조원 투자가 자신들의 추정치라는 것은 일부 인정하고 있다. 도의 한 관계자는 "수원사업장을 보면 반도체 라인 하나 까는데 15조~20조원씩 든다"며 "라인 5개만 깔면 100조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계약 내용에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단순한 분양계약은 맞다"면서 "395만㎡(120만평)을 삼성전자에 1조4000억원에 분양한 것이고, 여기에 공장이 들어서면 국내 치대 규모가 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추정하면 100조원"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나 삼성 내부가 어리둥절한 삼성전자의 평택 100조원 투자는 대권 행보를 공식화하고 있는 김문수 도지사, 그리고 경기도가 희망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걸릴지 모를, 또 얼마나 구체화될지 모를 먼 미래의 장기적 관점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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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