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스포츠부문, 선수 떠나 모두 한마음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올림픽과 대기업, 그리고 총수. 열정과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2012 런던올림픽'은 국내 재계에서도 다양한 화젯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대기업과 총수들이 연일 미디어에 등장하는가 하면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며 고개를 떨군 대기업과 총수도 눈길을 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올림픽의 최대 수혜자로 현대차와 한화를 꼽고 있고, 학습지 공룡 대교를 두고는 본전도 못찾은 대기업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런던 올림픽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각종 스포츠를 지원하고 있는 대기업과 총수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전 세계의 스포츠 축제이자 우리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보니 재계의 스포츠 사랑은 적잖은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이 과정에서 재계 총수의 이미지 구축이나 대기업의 홍보효과가 결코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올림픽의 직접적인 마케팅과는 별도로 주판 알을 튕기며 실익을 따져보는 재계의 행보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차는 이런 측면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양궁이 극적인 감동의 드라마를 쓰면서 우리나라 금메달 획득의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동안 국내 양궁 발전을 위해 무한한 사랑을 보냈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자자하다.
특히 이번 올림픽 양궁 경기 내내 경기장 한켠에서 자리를 지킨 정의선 부회장(대한양궁협회장)은 금메달을 쏜 선수들이 제일 먼저 달려가 기쁨을 전하면서 메스컴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냈다. 선수들의 그에 대한 애정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양궁계 정의선과 현대차 정의선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한화도 기업 이미지는 물론 김승연 회장 개인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사격 발전을 위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김 회장이 직접 나서 한화 이름을 걸고 사격 대회까지 만들어 한국 사격 발전에 공헌을 해왔기 때문이다.
진종오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사격 2관왕을 달성하면서 사격계에서는 가장 먼저 한화와 김승연 회장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후문이다. 김승연 회장 역시 진종오 선수의 첫 금메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와 기쁨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 뿐만 아니라 진종오 선수 소속사인 KT도 이런 분위기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진종오 선수가 2관왕에 오른 지난 5일 이석채 KT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KT 전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진종오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꼈고 자랑스러워했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과 이석채 회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진종호 선수의 금메달 후원자는 우리'라고 자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국가적 경사인 금메달의 배경에 자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게 읽힌다는 것이다.
SK그룹에서는 '후원'의 재미를 내부에서 뺐어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신원 SKC 회장은 최근 SK그룹 공식 후원 스포츠인 여자핸드볼대표팀을 찾아 격려하고 "메달만 따면 대표팀에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기 때문. 그동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라는 미묘한 위치 때문에 계열분리 등의 현안에서 SK그룹과 미묘한 줄타기를 벌였던 만큼 의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당시까지 대한핸드볼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최신원 회장 방문 이후에나 핸드볼팀 응원차 런던으로 떠났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본격적인 행보에 앞서 핸드볼의 성과에 최신원 회장의 역할을 강조하려고 한 정치적인 의도가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이에 반에 아예 본전도 못 찾은 기업도 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 오히려 올림픽에서 악재를 맞은 경우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가 최근 국가 대표 배드민턴 선수들이 고의 패배와 관련 전원 실격을 내리면서 사실상 자충수를 둬 세계 스포츠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선수들의 스포츠정신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지만 BWF가 올해 처음으로 조별예선제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규정의 허점을 만들었다는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강 회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올림픽과 관련해 일종의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박태환 국가대표 수영선수의 400m 경기를 가족들과 직접 응원했는데, 사실 당시 그는 IOC 위원으로서 박태환 선수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심으로 갑자기 박태환 선수에게 실격 판정이 내려졌고, 이 회장 측은 박태환 선수 메달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굳이 수여식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응원에만 열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심을 바로잡혔고, 박태환 선수는 은메달을 땄다. 이 회장이 직접 메달을 수여했다면 런던 올림픽의 상징으로 두고두고 거론됐을 아쉬운 상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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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