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메달 수여식 취소는 적절한 판단이라는 여론
-이건희 삼성 회장(IOC 위원)이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사진/삼성> |
[뉴스핌=이강혁 기자] "북한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시상하는데, 우리 이건희 위원은 왜 시상식에 서지 않는걸까요?"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 선수의 시상식에서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금메달을 수여하는 모습을 지켜본 일부 네티즌과 트위터리안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이번 런던올림픽 시상식에서 IOC 위원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8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우리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했다. 앞서 같은달 25일에는 런던올림픽 한국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다음 일정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수영 경기장이다. 박태환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일가족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 회장의 런던올림픽 행보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우리 선수들의 시상식 현장은 물론 어느 경기장의 시상식에서도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IOC 위원인 이 회장이 시상식에 서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IOC로부터 징계 받은 것이 이유가 아니겠냐는 추측도 내놓는다. 2008년 이 회장이 삼성특검으로 법적조치를 받자 IOC에서도 징계가 내려진 바 있다.
이 회장은 당시 IOC로부터 견책과 함께 5년간 분과위원회 활동을 금지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 이 징계는 이 회장의 IOC 위원 활동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우승한 이정수 국가대표 선수에게 직접 금메달 수여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메달 수여식에 빠진 것은 다름 아닌 '오심' 때문이라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당초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경기 메달 수여식에 직접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오심이 일어났다. 빌 호건 심판이 박태환 선수가 출발 전 움직임이 있다고 실격 판정을 내렸던 것이다. 당연히 이는 오심이었고 한국 응원석의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이 회장이 메달 수여식 참석을 취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의 런던행에 동행했던 삼성의 한 관계자는 "박태환 선수가 오심으로 실격 됐는데, 이로 인해 우승한 타국 선수 목에 메달을 걸어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며 "실격 판정이 내려진 이후 국민적 감정을 생각해 이 회장은 가족들과 관중석에서 응원만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 박태환 선수의 실격은 오심으로 결정나고 이례적으로 실격이 번복됐지만 이미 이 회장의 메달 수여식은 취소된 상태였다. 이 회장의 직접 경기 응원에 나서면서도 시상식에 나서지 못한 이유다.
비록 시상식은 오심 때문에 취소됐지만 이 회장의 IOC 내 위상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실제 런던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취재진들에게서도 이런 분위기는 전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의 한 임원은 "런던올림픽 직전에 열린 IOC위원회에서는 실제 이건희 회장과 인사하기 위해 각국의 위원들이 길게 줄을 섰을 정도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1993년부터 IOC 위원을 맡아온 이 회장은 현재 IOC 위원 중에서도 최고참에 속한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추진하면서는 이 회장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이 올림픽 유치라는 보상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IOC 위원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 일등공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만약 이번 런던올림픽 수영경기에서 박태환 선수에 대한 오심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 나섰다면 오히려 좋지 못한 눈길을 받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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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