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 금융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과 영국 당국의 분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SC그룹이 자신들에 대해 이란 관련 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미국 규제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인 가운데,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수 차례에 걸쳐 미 재무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오스본 재무장관은 지난 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수요일 저녁 등 3차례에 걸쳐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에게 SC그룹에 대한 조사가 런던의 명성에 상처를 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지금까지 '메가폰 외교'가 아닌 '조용한 외교'를 고수해왔으며, 이러한 방식을 취한다고 해서 오스본 장관을 비롯한 다른 장관들이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무부는 이러한 관행이 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갑작스런 주장 방식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며 "우리가 영국 기업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 양국의 재무장관 사이에 회담이 있은 후, 미 재무부는 재재국가 고객들과 거래 중인 외국 은행들에 대한 상세한 규제 사항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으며, 이 문서에는 로이드와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즈, ING 등 여러 외국계 은행들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SC그룹을 둘러싼 의혹의 파장이 커지자 미 금융당국을 비롯해 이와 관련한 수사를 담당하던 기관들이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C 사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 정부가 뉴욕주 금융감독국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법무부, 연방준비제도, 맨해튼 지방검사실 등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앞서 뉴욕주 금융감독국은 이번 주 SC를 불법적인 재정거래와 이에 대한 은닉 혐의로 고발했으며, SC측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터 샌즈 SC 최고경영자(CEO)는 미 당국의 의혹 제기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의 명성에 흠이 갔다"며 "SC의 명예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존 피스 SC 회장 역시 "SC가 이번 의혹으로 인해 영원히 상처를 받는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머빈 킹 BOE 총재는 "여러 부처의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공식 의견을 발표하는 것을 삼가해야 한다는 것을 (미 당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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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