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낮출 유인 적어, "전일 고시금리로 발행할 것"
[뉴스핌=김선엽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시중은행들에게 매주 100억원 정도의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을 발행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은행들이 발행할 CD금리 수준에 대해 시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기준금리 3.00%보다 0.2%포인트 가량 높은 현재의 수준(17일 현재 3.21%)에서 CD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발행기관과 만기가 동일한 은행채AAA 수준(2.93%)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편으론 현재 상황에서 금융위가 주먹구구식으로 은행들에게 CD발행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이 CD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매주 CD를 100억원 가량 발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결국 은행에게 CD금리를 조정할 기회만 준 것이 아닌가라는 시각이다.
◆ 오리무중 CD금리..적정수준 질문에 의견 '분분'
CD금리 역시 시장금리인 만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돼야 하지만 현재 CD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라 금리 수준을 예단하기 어렵다.
한 쪽은 CD금리가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고 또한 그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대체로 기준금리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CD금리만 마냥 시중의 채권금리를 따라 내려갈 순 없다는 것이다.
또한 CD가 채권과 예금의 중간적 성격이기 때문에 만기와 발행기관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채 수준의 발행을 주장하긴 어렵다고 본다.
은행 관계자는 "CD가 발행된다고 해도 CD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할 수 없이 발행하는 것인 데다가 물량도 크지 않아 조달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채는 만기가 1년 이상으로 발행돼 시간이 지나면서 경과물들이 만기 3개월이 된 것이고 유동성도 풍부해서 CD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은행채AAA 수준은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요처가 분명히 존재해 현재보다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져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국고채 3년물이나 통안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역전한 현재 상황에서 CD가 기준금리보다 0.1%포인트만 높게 발행돼도 엄청나게 수요가 붙을 것이란 예상이다.
은행의 한 채권 매니저는 "은행채보다 0.1%포인트 정도 높은 것이 적당해 보인다"며 "다만, 발행이 정례화가 돼야 그 정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통안채 대비해서 0.1~0.2%포인트 정도, 즉 3.00~3.10% 정도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과거 기록은 어땠을까.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로 인상한 이후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된 올해 7월까지 은행채 금리와 CD금리의 평균 스프레드는 0.1%포인트 정도였다. 2005년 이후부터 올해 7월말까지로 범위를 넓힐 경우 약 0.05%포인트로 간격이 좁아진다.
◆ 매주 100억 발행 충분한가.."은행이 CD금리 낮출까 싶다"
역사적으로 은행채 금리와 CD금리의 평균 스프레드가 0.05~0.1%포인트였지만 현재 상황에서 CD금리가 쉽게 내려갈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은행채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간 탓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CD를 발행하는 은행 입장에서 CD금리를 낮출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융위가 시중 7개 은행들에게 매주 100억원씩 발행을 권고한 것에 대해서 의무 발행량이 너무 적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위는 시중 은행들의 반발을 고려해 최소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은 높은 금리로 CD를 발행해서 그 자체론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CD금리에 연동된 대출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이에 은행마다 CD금리에 연동된 대출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은행에게 오히려 CD금리를 올릴 기회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은행채 발행한 것이 수십조원인데 100억원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은행 입장에선 높은 금리 수준에서 CD를 발행해도 별 손해가 없을 것이어서 그냥 전일 고시금리로 발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은 여전할 것 같다"며 "그냥 근거를 만들라는 수준 같다"고 꼬집었다.
◆ CD금리, 안정적 흐름 보여야..고시체계 손질 불가피
CD금리가 시장금리와 괴리된 현재의 상황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체로 시장은 공감을 하고 있지만 CD금리가 하루하루 급변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지적도 관측된다.
CD금리를 근간으로 은행이 대출 이자를 받는데 매일매일 변한다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금리 변동 리스크를 대출 이용자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CD금리를 이용한 파생상품 시장 규모도 상당한 만큼 CD금리의 변동성을 관리할 필요도 존재한다.
결국 CD금리는 시장상황을 일정 정도 반영하는 투명성과 함께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도 함께 요구받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규정은 이런 요구를 소화하기에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CD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CD거래를 중개하는 10개 증권사의 보고를 받아 최고 및 최저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8개의 평균값으로 결정한다.
이 때 근거 규정이 '금융투자 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이지만 위 규정에선 CD금리 고시에 관해 '신용평가등급이 AAA인 시중은행의 발행분 기준'이라고만 정하고 있다.
발행분이 없는 경우에 증권사가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시장금리의 변동을 반영해야 하는가가 입법적 공백으로 남아 있다. 더군다나 은행에 의해 향후 CD금리가 일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마냥 CD금리를 증권사에게 주먹구구식으로 적어 내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6일 CD금리가 3주만에 1bp 상승했을 때도 시장의 많은 스왑 트레이더들은 "대체 왜 CD금리가 오른거냐"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CD발행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자 일부 증권사가 이를 반영하면서 CD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스왑 매니저는 "CD금리가 대출금리의 근간인데 하루하루 바뀌면 대출이자를 받는 은행도 번거롭고 이자를 지불하는 고객간에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CD금리를 사용하는 파생시장의 입장에서도 CD금리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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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