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새로 나온 아이패드의 1호 구매자가 되기 위해 판매 시작 하루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다. 밤새 기다리는 게 고생스러웠지만 첫 구매자가 돼 기쁘다며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다. 그는 아이패드만 가진 것이 아니다. 그가 가진 아이폰과 맥북도 모두 최신 모델이다. 그는 전형적인 ‘애플빠’다.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조20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소송 전쟁에서 패소한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 법원이 애플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가 아니었다면 삼성전자가 승소했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어쩌면 이 판결은 보이지 않는 ‘애플빠’의 힘은 아니었을까.
이런 현상은 삼성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삼성빠’는 없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판매 기록 역사를 매번 고쳐쓰고 있지만 갤럭시노트2가 출시된 첫 날 밤새 줄을 섰다는 구매자는 없다. 갤럭시S3는 글로벌 300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갤럭시노트2는 출시 37만에 300만대 판매를 넘어서면서 각각 0.45초, 1초당 한 대씩 팔려도 ‘삼성빠’는 없다.
삼성 휴대폰을 사는 사람들이 ‘삼성빠’가 아니라면 누굴까. 해외에서는 삼성 휴대폰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 꽤나 많은 수가 안티애플(Anti-Apple)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들은 삼성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애플이 싫은 사람들이다. 이런 구매자들은 삼성 휴대폰보다 더 마음에 드는 제품이 나타나면 주저없이 ‘옮겨 탈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IM(IT&모바일) 사업부가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은 우려할 만 하다.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경쟁사가 삼성보다 먼저 ‘혁신’에 성공하거나 같은 성능에 더 저렴한 기계를 내놓을 경우 ‘한 번에 훅 가는’ 상황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키아나 블랙베리처럼 말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게는 파란 눈의 ‘삼성빠’가 필요하다. ‘애플빠’들이 애플에 그렇듯 삼성의 기업가치와 혁신을 거의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전세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삼성에게는 ‘삼성빠’가 없을까.
공공연히 “삼성 제품이 애플 제품보다 우수하지만 혁신은 애플부터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의 제품이 아무리 애플의 것을 능가한다 한 들 애플이 보여준 ‘최초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선명히 남아 있는 것이다. 스펙이 좋아 삼성과 ‘결혼’할 지는 모르겠지만 ‘첫사랑’ 애플을 기억한다. 쉽지는 않지만 글로벌 삼성은 파란 눈의 사람들에게 첫사랑이자 배우자가 돼야 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혁신’을 강조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창립 43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통해 전자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시장 창조자(Market Creator)’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소프트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화된 플랫폼과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자"고 말했다. 이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신규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적극 추진해 미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