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군득 기자] “요즘 방송통신위원회를 보면 국민의 정부인지, 기업을 대변하는 정부인지 모르겠습니다. 기업 눈치 보는 정부가 어떻게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전 한 라디오 심야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오는 폐단을 그대로 지적했다.
최근 방통위의 행적을 보면 이 시민단체 관계자의 걱정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 가는지 의구심이 든다.
비단 시민단체 뿐만 아니다. 방통위가 첫 출범 5년을 향해 마지막 지점을 달리는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도 방통위 정책을 지적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관련 학계에서는 방통위의 조직개편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상한 점은 ‘방통위 존립’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주장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출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방통위가 관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방송통신 시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오로지 ‘당초 계획’에 입각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길게는 방통위 출범 당시, 짧게는 올해 초 수립된 정책이 어느 순간 어긋나 있음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는데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도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4이통사가 추진하는 와이브로 사업이 사향길로 접어들었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방통위는 외부기관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정책이 관철되고 성과를 내기위한 부분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휴대폰 보조금 조사도 시장 과열을 우려해 조사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들간 의견조율이 쉽지 않아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들이 오래전에 보조금에 대한 처분 결정을 합의했다면 이렇게 뜸들이지 않고 바로 시장 상황을 해결했을 것이다.
상임위원의 부재도 방통위 정책 누수에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일 열린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는 평소 1시간이 넘던 회의가 45분 만에 8건의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는 속도전을 치렀다.
상임위원들도 특별한 의견 개진을 하지 않았고 이계철 방송통신 위원장도 보고받는 내내 경청하는 수준에 그쳤다. 회의 시간이 길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성의 없는 모습은 지적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대목이었다.
그렇다고 방통위에 종사하는 모든 직원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 나름대로 정부 평가에서는 고가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방통위 직원들고 고민하고 노력한 성과가 결실을 얻었다고 판단된다.
다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일반 기업이나 근로자들도 할 수 있다. 주어진 일의 성과를 내기 위한 작업을 잘했다고 정책 수립이나 이해관계를 잘 해결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방통위가 중심을 잡아줘야 기업이나 국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 혼탁한 시장 상황을 방치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정부는 기업 이기주의, 소비자를 봉을 생각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IPTV와 요금인하, 무선인터넷 활성화 등 지난 5년간 많은 공적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는게 지금 방통위의 현실이다.
차기 정부가 방통위를 어떤 방법으로 활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제 남은 3개월 이후에는 방통위 현판을 다시 볼 수 없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는 차기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남은 기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