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손실 불가피..업황 변수지만 우려할 수준 아냐"
-"에쓰오일 발 빼 이렇게 됐다" 채권단 성토 분위기도
[뉴스핌=이강혁 기자] 국내 2위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한국실리콘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금융기관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회생계획안이 나와야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겠지만 충당금이 쌓이는 등 단기 손실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한국실리콘의 순자산가치가 9000억원에 이르는 등 담보가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태양광 업황 변수만 잘 극복하면 회생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여수 생산공장의 공사대금이 부족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면서도 "채권금융기관의 75%가 동의를 해야 하는 등 향후 처리방안이 진행되겠지만 대체적으로 일시적인 유동성이 해결되면 회생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하면 한국실리콘의 자구계획을 고려해 본격적인 회생계획안 논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의 결정은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실리콘 관련 500억원 이상 은행권 대출은 KDB산업은행이 904억원, 우리은행이 700억원 등으로 파악된다. 산은과 우리은행 등은 지난 6월 만기였던 30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12월 말까지로 연장해 준 상태였다.
때문에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하면 금액이 가장 큰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 회생계획을 주도할 예정이다. 금융기관 대출이 500억원 이상일 경우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구성해 회생절차가 진행된다.
앞서 한국실리콘은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 서울중앙법원에 지난 28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날 만기가 도래한 어음 8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
이와 관련, 산은 군산지점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을 진행하고, 일부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등의 회생계획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금융기관이 총 3400억원 가량을 물려있지만 청산가치만 하더라도 5000억원이 넘게 평가되고 있어 담보로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에서는 그동안 한국실리콘의 2대주주(지분율 33.6%)인 에쓰오일(S-Oil)의 증자 참여를 예상하고 대출만기를 연장하거나 증액을 통해 추가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해 왔었다. 그러나 에쓰오일이 증자 참여 의사를 뒤집고 결국 발을 빼면서 법정관리까지 이르게 됐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지난해 한국실리콘에 투자하면서 CFO를 파견하는 등 공동경영을 해왔다"면서 "증자도 이런 측면에서 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돌연 이사회에서 부결되면서 이 지경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한국실리콘에 2650억원을 투자하면서 파트너십을 맺었고, 최근에는 1000억원 가량의 증자 참여를 논의해 왔다.
한국실리콘은 지난 9월 주주사인 수성기술로부터 200억원(전환사채)을 지원받았고, 추가적으로 에쓰오일의 자금유치를 위해 증자를 계획 중이었다. Kg당 70달러를 상회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20달러 이하까지 내려오는 등 시장 악화로 지난 6월 은행권의 증액대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실리콘의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한국실리콘에 대한 채권은 동결된다. 이후 회생수순에 따라 변제가 시작될 예정이다.
통상 개시신청 2주일 이후 법원이 개시결정을 하게 되고, 이후 채권조사, 채권단 동의 등 절차를 거쳐 회생계획이 인가돼 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다만 개시결정 이후 정상정인 상거래 행위는 가능하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