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둑한 유보금 갖고 외국 알짜기업 군침
- 풍부한 유보금 통해 국내 대기업들 M&A 니즈 확대
- 유로존 위기속 유럽 알짜기업+인도 중국 등에 관심
- 실제 검토 많지만 최종 인수결정? "손 안나간다"
[뉴스핌 = 홍승훈 기자] 내부 유보자금을 두둑히 챙겨둔 대기업들이 글로벌 M&A 시장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 매물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그 수위를 서서히 높여간다. 주로 유로존 위기를 겪는 과정에 속출하는 유럽내 알짜 기업들,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이 타깃이다.
물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대기업들의 M&A 니즈에도 불구하고 최종 인수자금 집행까지 아직까지 간극이 있긴 하나 이 또한 머지않아 좁혀질 것으로 M&A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쪽 M&A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다"며 "M&A 딜 자문업무가 회사 전체 컨설팅업무의 60%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M&A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독일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업체에 대한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검토 수준에 그치며 성사는 되지 않았지만 이 M&A 딜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의 M&A 매물에 대한 인수 의지와 니즈가 상당히 강했다는 후문이다.
SK그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얼마전 SK그룹에서 유럽 M&A 매물 중 인수를 검토해볼 만한 기업이 있냐는 문의가 있었다"며 "이 외에 대기업들의 해외 매물기업에 대한 인수 의지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감지된다"라고 귀띔했다.
결국 최종 인수에 이르진 못했지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내부 유보금을 들고 있는 대기업들로선 지속되는 세계경기 불황 속에서도 해외 M&A 매물에 대한 관심이 꾸준했던 것.
인도나 중국 등 아시아권 기업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기동환 홍콩법인장은 "내부 유보가 많은 대기업들 상당수가 해외 M&A 매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은 대선 때문에 유보자금을 안풀고 있지만 결국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한 만큼 내년 글로벌 M&A 딜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제약 바이오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인도기업의 경우 초기 유입된 선진국 자금들의 엑시트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넘겨받으려는 국내 기업들 수요가 있다는 것.
기 법인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실험을 많이 해오던 인도는 바이오와 의료산업이 상대적으로 발달해 있다"며 "초기 이 곳으로 들어간 자금이 나오는 과정에서 이를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하려는 국내기업들이 점차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해외 M&A 매물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적극성은 곳간에 쌓아둔 사내 유보금에서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은 183조 861억원 수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전체로는 313조원을 넘어선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01조 6512억원으로 가장 앞서 있고 현대차(33조 6579억원), 현대중공업(13조 6401억원), 롯데(10조 1847억원), LG(7조 4616억원), SK(5조 3231억원), GS(4조 3812억원), 한화(3조 9654억원), 두산(2조 3776억원)그룹 순이다.
이석근 롤랜드버거 대표는 "M&A 딜 진행을 4단계로 나누면 1~3단계를 거쳐 지금은 4단계 수준에 와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라며 "특히 대기업들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 않은 숨겨진 기술보유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전해왔다.
이 대표는 "유럽지역의 경우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M&A 매물은 증가할 것이고,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며 "다만 여기엔 허수가 분명 있을 수 있고 이미 꽤 많은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소진돼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아직 내년도 M&A 시장 활황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내 A대형증권사 IB담당 임원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지금 기업들로선 아직 와치하는 단계에 불과하다"며 "유로존 불확실성과 환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리스키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유보해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B대형증권사 M&A부장은 "대기업들의 M&A 니즈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검토 역시 기업들이 상당히 많이 하고 있는 것도 맞다"며 "다만 마지막 오퍼시 결국 손이 안나가는 형국"이라고 전해왔다.
이 부장은 "물건만 좋으면 언제든 투자한다던 기업들이 올해 들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극적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변호사와 CPA가 1000여명에 이르니 알아서 하는 분위기고, 그 외의 대기업들은 일정자금을 우리측에서 융통해준다고 해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