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손님 위해 봉고차 늘려…과천 식당 오면 경쟁 치열해질 듯
[세종시=뉴스핌 곽도흔 기자] 세종시 장군면에 있는 한 순대국집은 지난해 중순 아직 정부세종청사가 완성되지도 않았을 무렵 서울 영등포에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최근 점심시간이면 인근 청사 공무원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주요 관심사항은 출퇴근과 점심식사다. 특히 구내식당을 빼고는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다 보니 점심을 먹는 게 주요 일과가 돼버렸다.
근처 건설현장에 있는 함바집은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단골코스가 된 지 오래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가격이 4000원대로 구내식당(기본 4000원)과 비교해 별로 비싸지도 않고 맛도 괜찮다"며 "단점은 땀냄새 나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이랑 정장을 입고 같이 먹기가 조금 거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에서 보낸 차량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도흔 기자] |
장군면에 있는 한 식당은 세종청사가 생기면서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점심시간 예약을 할 때 인원수가 확실하지 않으면 예약도 받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이미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유명인사들의 사인과 인사말, 사진이 10여개 걸렸다. 재정부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만약 대통령이 세종청사에 와서 점심을 먹는다면 바로 이 곳에서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식당 인근에 있는 오리훈제집도 이미 공무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30명 정도가 점심을 할 경우에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대전광역시까지 가기도 한다. 세종시와 가까운 대전시 노은동 인근의 중식당들이 청사가 생긴 뒤로 손님이 많이 늘었다.
세종청사와 가까운 식당도 10㎞는 훌쩍 넘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차량을 필수로 운행해야 예약손님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식당들은 공무원 손님을 잡기 위해 봉고차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과천청사에서 아침과 저녁에는 유치원이나 학원버스로 점심시간에는 식당버스로 운행되는 봉고차의 모습을 이제는 세종청사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치원 고복저수지 인근에 있는 매운탕집의 경우 세종청사와 비교적 거리가 멀어 기존에 1대를 운영하다 최근 1대를 더 구입해서 공무원 손님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각 부처 정문과 후문에는 식당들이 보낸 봉고차들이 예약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세종청사관리소에서는 배달음식의 경우 사무실로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근에 있는 피자 등 패스트푸드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출입문에 붙여놓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과장급 공무원은 "과천청사 시절 자주 다니던 식당에서도 조만간 세종청사 인근에 식당을 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은 거의 독과점으로 운영되는 기존 식당들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