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유가와 휘발유 가격 상승에도 미국 경제는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기 회복에 타격을 미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시장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유가가 조만간 세 자릿수에 복귀하면서 내수 경기를 중심으로 성장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한 달 사이 국제 유가는 4%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100달러 선에 바짝 근접했다. 휘발유 선물은 같은 기간 8% 급상승했다.
난방용으로 쓰이는 천연가스가 한 달 사이 4% 하락했을 뿐 주요 에너지 가격이 일제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업계 애널리스트는 최근 가격 추이가 에너지 가격 특유의 사이클과 함께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 펀더멘털이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낙관론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내수 경기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크리스 라파키스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세금 인상과 같은 악영향을 미친다”며 “가뜩이나 급여세 인상을 포함해 세금 인상이 예정된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기 회복에 생각보다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정보서비스의 톰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휘발유 가격이 올해 갤런당 3.9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가격이 3.60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베드 앤 보비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자들이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를 한 차례 견뎌낸 바 있기 때문에 100달러 초반대의 유가가 경제 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기서 상승폭이 높아질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장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이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면서 전반적인 매크로 전망이 흐려질 경우 오히려 유가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50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