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국인 차별 없이는 효과기대 어려워
[뉴스핌=김선엽 기자] "외국인 자금 유입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면서 지나치게 죽이지 않는 선, 그게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서 하겠다."
지난달 30일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드디어 채권거래세와 외환거래세 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른바 한국형 토빈세다. 외국인의 자금유입이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환율의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것, 둘째는 급격한 자본이탈을 방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특히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거래를 축소시키는 방향의 규제는 환율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채권거래세, 한국시장 오히려 위기에 취약해질 수도
정부는 채권거래세 부과를 통해,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낮추는 방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채권금리가 유사한 신용등급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거래에 과세를 할 경우, 그 만큼 발행·유통금리는 상승하고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 실제 수익률은 현재와 차이가 없게 된다. 외국 자금의 유입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면 매우 높은 수준의 과세를 통해서 거래자체를 줄여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단계적 과세방안도 부작용을 낼 소지가 다분하다.
이 방안은 평상시에는 0%의 세율을 적용하되 유출입이 과도할 경우 순차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단계적 과세 시스템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약간의 글로벌 유동성 위기만 감지돼도, 자금 회수가 어려운 한국시장에서부터 선제적으로 돈을 빼 갈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는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외환거래세, 해외 자본유입은 일단 줄겠지만..
외환거래세의 경우,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OECD 자본이동 자유화 규약에 위배돼 우리나라만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또한 외환거래세가 도입된다고 해도 과연 기대만큼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이 얇아질 경우 변동성은 커지고 오히려 투기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실수요다. 향후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경우, 국내에서 달러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경우 외환거래세를 부담하는 것은 결국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작은 국내기업들이다.
실제로 2010년 정부가 시중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규제함에 따라 수출업체들의 헤지비용이 50bp에서 150bp로 증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동양증권 이재형 애널리스트는 “세금을 통해 외화자금 조달 가격이 변하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쪽, 즉 달러자금에 대한 수요가 비탄력적인 일반기업들이 지게 되고, 금융기관이나 외국인들의 수익 감소 요인은 크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 ‘한국형 토빈세’ 언급, 환율레벨 관리 차원?
1984년 0.5%의 주식 거래세를 도입한 스웨덴은 1989년에는 채권에 대해서도 거래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후 현물채권의 거래규모가 최대 85%까지 급감하자 1991년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폐지했다. 대만 역시 0.05%의 거래세를 적용했으나, 한때 외국인 비중이 1% 밑으로 하락하며 거래규모가 크게 위축되자 이후 단계적으로 세율을 인하해 현재는 0.004%에 불과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 조정을 통해서, 거래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외국자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황금률(golden rule)을 찾는 것은 점점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에 재정부가 칼은 빼들었지만 실제로 휘두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우리투자증권 최동철 연구원은 "정부는 외환시장과 EU의 채권거래세 도입 동향 등을 모니터링하며 채권거래세 도입에 신중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은 이를 하나의 외환시장 개입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