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엔 상승 가능성…기업 투자계획 고민
[뉴스핌=김연순 기자] 최근 기습적으로 몰아치는 엔저 한파 속에 급격하게 진행된 원화 강세 여파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상장사들의 실적 불안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절반이 작년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삼성전자는 엔저 여파로 3조원의 환율 부정적 영향(영업손실 기여효과)이 있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4/4분기에는 3600억원의 환율 부정적 영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 엔저·원화강세 여파 수출기업 실적 저조
3일 금융감독원 및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4분기 실적을 공시한 종목 27개 상장사가 발표한 잠정 영업이익을 시장추정치와 비교한 결과, 절반 가량인 13곳이 추정치의 10% 이상 밑돈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곳은 LG생명과학과 삼성물산,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현대모비스 등 5곳에 불과했다.
27개 상장사의 추정치와 실제 영업이익과의 평균괴리율도 -10.86%를 기록해, 상장사 평균으로도 어닝쇼크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종목별로는 삼성SDI(-98.15%), 삼성정밀화학(-82.22%), S-Oil(-77.94%), LG이노텍(-69.61%), 풍산(-54.51%)의 실적괴리율이 컸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IT와 자동차 등 상장사 대표종목도 어닝쇼크에 포함됐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영업이익 추정치보다 24.74%, 43.53% 낮은 1071억원과 5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시장추정치에 12.41%와, 45.20% 못 미치는 1조8318억원과 4041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아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4분기에 각종 악재들이 몰렸다"며 "환율 1.7%, 미국 연비 보상 1.8%, 판매믹스 0.4% 정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양호한 실적을 기혹한 삼성전자도 최근 원화 강세로 인해 지난 4분기 3600억원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올해는 약 3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이명진 전무는 "지난 4분기 발생한 환의 영향은 유로화와 미달러를 제외한 기타 포지션에서 발생했다"며 "올해는 미달러의 영향은 포지션이 작거나 숏포지션이라 전체 실적 영향에 미미하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의 영향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경영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는 최근의 엔화 약세로 경쟁이 치열한 호주·러시아 등지에서 일본업체들의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 투자계획? 아직 모른다…환율 흐름 주목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00엔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JP모간체이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일본의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1% 오르면 달러-엔 환율은 98엔선까지, 2% 상향 조정시 105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추가 엔화 약세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국내 전문가들도 100엔대를 상향 돌파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100엔대 근처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가장 관건은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된다면 엔캐리트레이드가 일어나는지 여부"라면서 "그 부분을 반영한다면 97엔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
이에 따라 기업설명회를 하더라도 올해 투자계획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보이는 특이한 경향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도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투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전문가들은 대략 전년도 수준보다 약간 많은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 반도체업계 강자 가운데 하나인 SK하이닉스의 경우도 기업설명회에서 구체적인 투자규모는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업황에 대해 명확한 전망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오히려 LG그룹의 경우 올해 사상최대인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너무 일찍 새 정권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소 곤혹스런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각 그룹별 예상 투자규모로는 대략 삼성그룹 50조원, LG그룹 20조원 SK그룹 17조원 현대차 14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전문가는 "최근 환율 급변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대기업들이 새 정부와의 교감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