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투자계획 '글쎄'…새 정권과 교감 '아직'
[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실적 악화 가능성이 우려되는 주요 대기업 IR(investors relations·투자자관리 및 실적홍보) 담당자들이 크게 풀이 죽은 모습이다.
그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갑작스런 엔저 한파로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사진: 뉴시스> |
1일 한 굴지의 대기업 IR 담당자는 "실적 전망이 나빠지면 솔직히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IR 일정을 잡지 않거나 기존에 계획했던 기업설명회도 취소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볼멘 표정이다.
원래 IR 담당자들의 주된 업무는 주주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경영활동 상황을 제 대로 알리는 것이다.
직접 주주를 응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무적으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 나 스트래터지스트(투자전략가), 채권 딜러 등과 교류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IR 담당자들은 기업이 공식적인 경영 성과를 알리는 실적발표 행사 등을 전후해서 가장 바빠진다.
◆ CEO들, 직접 공개석상에 나서기 꺼려
컨퍼런스콜과 기업설명회는 투자자나 주주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경영실적을 정확하게 알린다 는 목적은 같지만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컨퍼런스콜은 실무담당 임원들이 나서 유선 상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을 받는 것이 보통이 다.
하지만 기업설명회의 경우는 대표이사(CEO) 및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투자자들과 대면해 경영 상황을 설명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설명회를 하지 않거나 이를 취소한다는 것은 CEO가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드러 내는 것을 꺼린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경영 성과에 자신이 없거나 향후 전망에 대해 리스크가 높으니까 대외노출을 피하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제조업의 경우 경기가 악화될수록 날카로운 질문을 받게 된다"면서 "되도 록이면 안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자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최근 일부 기업의 경우 직전 분기인 지난해 3/4분기 실적발표까지는 했던 IR을 하지 않거나 기존에 계획된 IR도 취소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기업 A사의 경우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 기간 중 컨퍼런스콜(다수의 투자자들과의 회의통화) 은 하지만 기업설명회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4/4분기 실적은 연말결산을 겸하고 있어 더 중대한 시기인데도 이를 취소하는 것은 투자 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응대가 아니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이같은 IR활동을 꺼리는 배경에는 엔저로 인한 급격한 실적 후퇴 가능성이 높 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습적으로 몰아치는 엔저의 한파 속에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는 3조원의 환율 부정적 영향(영업손실 기여효과)이 있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4/4분기에는 3600 억원의 환율 부정적 영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 투자계획? 새 정부와 교감 '아직'
또한 기업설명회를 하더라도 올해 투자계획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도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보이는 특이한 경향이다.
연간 투자계획은 투자자에게는 어찌보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쉬쉬하고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투자자로서는 경영자 의 자질까지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도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투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 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전문가들은 대략 전년도 수준보다 약간 많은 투자 를 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 반도체업계 강자 가운데 하나인 SK하이닉스의 경우도 이번 주중 기업설명회를 했음 에도 구체적인 투자규모는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업황에 대해 명확한 전망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오히려 LG그룹의 경우 올해 사상최대인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너무 일찍 새 정권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소 곤혹스런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각 그룹별 예상 투자규모로는 대략 삼성그룹 50조원, LG그룹 20조원 SK그룹 17조원 현대차 14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투자전문가는 "최근 환율 급변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면서 도 "대기업들이 새 정부와의 교감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