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로스 등 '큰손'들, 쏠쏠한 수익 올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통적으로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엔화 하락 베팅은 ‘과부 제조기(Widow Maker)'로 통한다. 일본 정부가 수차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 평가절하에 나섰지만 승률이 저조했고, 때문에 정부의 구두개입을 믿고 하락 베팅에 나섰던 투자가도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강력한 부양에 나서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은 환율전쟁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엔화 평가절하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은행(BOJ) 총재나 총리가 직접적이고 강한 구두 개입으로 시장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앞서 주요국 중앙은행 및 기관 투자가와 물밑 공조를 취해 우호세력까지 확보한 뒤 외환시장에 유동성을 방출하는 형태로 개입이 이뤄졌다.
하지만 십중팔구 엔화 하락은 지극히 단기적인 움직임에 그쳤고, 일본 정부는 허공에 돈뭉치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엔화 하락 베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월가의 ‘큰손’들이 엔화 하락에 공격적으로 베팅, 쏠쏠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2년 파운드화 하락에 공격적으로 베팅,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린 투자가 조지 소로스도 이들 중 한 명이다.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로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엔화 하락에 베팅해 10억달러 가량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엔화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달러화에 대해 17% 하락했고, 소로스가 엔화 하락에 베팅한 11월 이후 2월 초까지 20%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선 승리 이전부터 강력한 부양책에 대한 의지를 밝힌 데 따라 엔화는 10개 선진국 통화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소로스가 운용하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일본 주식 비중이 1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로스는 엔화 하락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주식시장 랠리에서 비롯된 수익률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일본의 닛케이225 주가지수는 지난해 9월말 이후 28%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과거 번번이 실패했던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과 달리 엔화 평가절하에 대한 주요국 정상의 공개적인 비난에도 가파른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선진 7개국(G7)이 특정 환율을 정책 목표치로 설정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후 엔화의 급락이 진정됐지만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주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역시 환율전쟁을 차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일본의 부양책이 국내 경제 현안을 풀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엔화 하락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소로스는 지난 1992년 영란은행(BOE)이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 공격적인 하락 베팅을 단행했고 버티던 BOE가 결국 백기를 들면서 완승을 거뒀다.
당시 대규모 차익을 올리며 이름을 떨친 소로스는 세기의 투자가라는 찬사와 함께 사악한 투기꾼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