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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②'놀부심보'로는 안된다

기사입력 : 2013년02월27일 09:38

최종수정 : 2013년11월12일 11:22

- '차근차근' 장기 관점으로 해외진출

[뉴스핌=홍승훈 이에라 기자] #1. 2012년 2월. 삼성증권은 홍콩법인의 홍콩물 중개와 IB부문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아시아 톱 IB'를 선언하고 홍콩법인을 대대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지 2년 반만의 일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럽 신용위기까지 불거지자 사업을 접기로 했다.

#2. 지난 2007년 국내 펀드 붐의 주역이던 미래에셋. 펀드 가입을 위해 지점에서 수십미터 줄을 서야 했던 믿기 어려울 정도의 펀드 호황기, 미래에셋은 야심작 '인사이트펀드'를 출시했고 보름만에 4조원이란 거금을 모았다. 하지만 중국에 집중된 인사이트펀드는 이듬해 금융위기의 파도에 휩쓸려 -60%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3. 국내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국투신운용의 '베트남펀드'는 반토막 펀드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베트남 지수 상승기에 설정돼 베트남 시장에 단독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자들 관심을 모았지만 이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에 -50%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베트남 증시 회복에 펀드 수익률도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설정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해외진출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예고없이 찾아드는 잦은 금융위기, 기본적인 경쟁 조건이 다른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에서 처음부터 성과를 내기 만만찮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실패에는 단기 성과주의, 그리고 특정 국가 및 지역에 대한 쏠림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삼성증권이 홍콩 법인의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한 것은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업계 안팎에선 보고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지만 금융부문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이어져왔다.

이에 2009년 삼성증권은 아시아 톱 IB를 선언하고 홍콩법인을 키우기 시작했다. 10여명에 불과했던 인력은 '삼성'스럽게 단기간내 100여명 이상 늘렸고, 한국물 외에 홍콩물을 직접 세일즈하는 등 로컬시장을 공략했다. 증자 등 대규모 투자로 홍콩 현지의 고급 인력도 대거 스카우트했다.

당시 홍콩내 글로벌IB들은 삼성의 공격경영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삼성이란 브랜드파워를 등에 업고 삼성증권에 대한 네임밸류가 급부상하는 순간이었다. 덩달아 다른 한국계 증권사들 역시 관심을 받을 정도였다고 홍콩 현지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하지만 아무리 삼성이라해도 내노라하는 글로벌IB들이 즐비한 홍콩시장에서, 특히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HSBC와 CS, 다이와증권 등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본전도 못찾고 1000억여원 적자를 내며 철수를 결정했다.

물론 삼성증권이 이같은 대규모 사업확대를 통해 홍콩증시에 직상장된 쉬람(Schramm)이라는 독일기업의 홍콩 IPO 단독주관, 이어 한화로 3조 4000억원에 달하는 10여건의 주요 IB딜 등 비싼 수업료에 준하는 경험들을 내공으로 쌓을 수 있었다.

다만 일시적인 사업확대와 철수로 인해 삼성이 홍콩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도 현실이다. '한국의 단기전략'이라는 오명이 그것. 홍콩법인에서 근무하는 한 증권사 임원은 "삼성증권의 철수이후 '한국계는 2~3년 하다 안되면 접더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간해선 한국계 증권사로 오려는 이가 없을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미래에셋과 한투운용의 해외펀드 투자도 뼈아픈 사례다. 특정 국가에 대한 장밋빛 성장 전망에 사실상 몰빵투자를 했던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파고에 한 순간 파국을 맞았다.

글로벌 자산배분펀드의 시초로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그 어떤 투자대상과 상관없이 유망상품을 편입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한때 순자산이 5조원에 육박했지만 1년도 안돼 수익률은 -60%에 이르며 투자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최근 시장이 되살아나며 손실은 -20%대로 상당부분 회복했지만 지난 2007년 말 4조 7000억원대였던 운용규모는 현재 1조 7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물론 이를 통해 미래에셋은 환골탈태의 자세를 보였다. 한때 80%까지 중국 비중을 높였던 인사이트펀드는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 비중을 한 자릿수대로 떨어뜨렸다.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인 셈이다.

대신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대형 소비재 기업에 투자, 자연스럽게 이머징에서 선진국으로 자산배분을 옮겨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08년 당시 펀드 내 선진국 시장 비중은 3%가 채 되지 않았지만 최근 70% 가깝게 비중이 확대됐다. 글로벌 소비트렌드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경기 민감·비민감 소비재, 헬스케어 업종을 늘린 것이다.

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채권 투자를 늘리는 등 불확실성이 심화될 때는 채권 비중을 확대했다. 이에 연초 수익률은 4% 수준으로 해외주식형 성과인 3.27%를 소폭 웃돌고 3개월, 6개월 성과도 각각 8%, 4%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2009년부터 꾸준히 소비 테마 비중을 확대했다. 소비재, 컨슈머 관련 기업들에 대해 선진국이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연스레 선진국 투자비중도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6년 펀드설정 당시 700억원 수준이던 운용규모가 반년만에 3배 이상 늘어나며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을 모았던 한국운용 베트남펀드도 특정국가 쏠림현상으로 시장 신뢰를 잃은 사례로 꼽힌다.

펀드 설정 당시 프론티어 마켓으로 각광을 받던 베트남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폭락을 거듭했다. 이후 5년여가 지난 2012년 베트남 증시가 회복되며 이곳에 들어갔던 펀드 수익률도 다소 회복됐지만 설정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 남혼합 2',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 1(주혼)' 펀드의 경우 여전히 40%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펀드 담당 한 연구원은 "2004년~2005년 브릭스가 주목을 받을 때 베트남이 뜰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며 "하지만 증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베트남에 한국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한방에 직격탄을 맞은 꼴"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은 금리인하에 따른 기업실적 기대, 정부의 부동산을 포함한 다양한 경기 부양책 등이 증시 랠리를 이끌고 있다"며 "정책기대가 상반기까지  유효할 것으로 보여 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과 그 동안 낙폭이 과도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편입비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펀드가 특정국가 혹은 지역에 대한 쏠림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변수 자체가 해외펀드에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타이밍 불운으로 넘어가기엔 겸연쩍다.

금융감독원 조효제 자산운용감독실장은 이와관련, "투자지역과 비중이 한쪽으로 쏠려 문제가 된 것"이라며 "해외펀드가 아닌 랩만 봐도 쏠림현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쏠림현상을 이유로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 한 박사는 "펀드가 한쪽 국가로 집중돼 있었지만 위기 이전에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 인사이트펀드나 베트남펀드 자체 문제보다는 위기 후 해외펀드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전해왔다.

이 박사는 다만 "전략에 있어 크게 실패했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결국 수익률이 이 정도 수준까지 갔다는 것은 결국 전략의 실패로 봐야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외국을 가면 한국말을 잘 모르는 이도 '빨리빨리'란 단어는 곧잘 한다. 이로 인해 개발시기 급성장을 한 측면도 있지만 이는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일원 단위 조차 용납이 없는 자본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내노라하는 글로벌IB들도 초기 접근은 슬로우 전략이다. 일단 사무소를 내고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내 각 분야 최고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 등을 한명 두명 영입해 하우스를 차근차근 구축해가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국내 금융회사와 투자자 대부분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있는 습성이 중장기적인 해외진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해외 IB업무를 하다 한국으로 들어온 한 임원은 "단기간내에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치열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수업료 없이 이익을 내려는 자체가 놀부심보"라고 일갈했다.

피델리티 마이클 리드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단기적인 성과 올리기에 급급해 장기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국내 금융투자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급급하는 면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이에라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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