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강필성 기자] “지난 2008년에도 그랬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는 시기에는 늘 대기업의 과잉투자가 이뤄져 왔습니다. 올해도 재계 곳곳에서 투자계획이나 효과 보다는 정무적 판단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한 경제단체 임원의 말이다. 그는 재계 주요그룹이 새 정부 출범 때에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필요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게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 국내 주요 그룹들이 사상 최대의 투자 보따리를 풀거나 준비하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발표된 주요 그룹들의 투자규모는 지난해보다 10~20% 규모를 늘려 잡고 있다.
SK그룹의 올해 투자규모는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16조6000억원에 달하고 LG그룹은 전년 대비 19.1% 증가한 20조원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6조8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같은 재계의 투자 확대는 최근 정부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기업의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상공의 날 행사에서도 “어려운 때일수록 여러분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제가 여러분 믿는 만큼 여러분도 투자 늘리고 고용 확대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무작정 투자를 늘린다고 경쟁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기침체가 가시화 된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이야기”라며 “글로벌 기업들
도 보수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유독 국내 기업은 때 아닌 투자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투자 확대 권고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 및 채용 발표는 투자 집행 의지보다 정부의 요구에 화답하는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며 “무작정 투자와 채용을 늘려봤자 힘들어지면 가장 먼저 구조조정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투자규모를 하향 조정하려는 기업들은 투자발표를 아예 꺼리는 분위기다.
국내 재계서열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투자규모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거론되는 탓이라고 해석한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투자를 지난해 8조3000억원보다 줄어든 8조원으로 집행할 예정이고 GS그룹은 지난해보다 4000억원 줄어든 2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효성 역시 지난해보다 3000억원이 준 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모든 투자는 미래 가치를 보고 이뤄져야 기업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며 “적시에 필요한 것에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지 단순히 투자를 늘린다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