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구제금융 이후 첫 금 매각 사례
[뉴스핌=이은지 기자]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의 일환으로 4억유로 규모의 보유 금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에 국제 금융시장의 금 시세가 급락했다.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체 입수한 문서를 토대로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초과 보유 중인 4억 유로 규모의 금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키프로스는 또 유로존에서 90억 유로, IMF로부터 10억 유로 등 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신 총 130억 유로를 자체 조달하게 된다.
이를 위해 키프로스는 라이키은행 폐쇄와 키프로스은행 무보증예금의 주식스왑, 후순위 채권보유자들의 손실 감내 등을 통해 106억 유로를 마련하고, 향후 3년동안 법인세와 자본이익 소득세 등을 통해 6억 유로를 추가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FT가 입수한 구제금융 평가서에 따르면 키프로스는 올 2분기부터 2016년 1분까지 총 230억유로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보고서는 키프로스 경제가 올해와 내년까지 약 12.5% 정도 위축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전제로 하고, 구제 프로그램이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인해 하방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했다. 공공부문의 채무는 201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26.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키프로스의 이번 금 매각이 일회적인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하지만,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수에서 매도로 전환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유로존 위기가 개시된 이래 3년 만에 유로존 회원국 중에서 금을 매각한 것은 키프로스가 처음이다. 보유한 13.9톤의 금 중에서 10톤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금위원회(WGC) 자료에 의하면 키프로스는 전체 외환보유액의 62%를 금으로 보유해왔다.
남유럽 회원국들은 보유액의 대부분을 금으로 축적해왔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451톤으로 전체 보유액의 70%가 넘으며, 포르투갈도 보유액의 90% 가량을 383톤의 금이 차지하고 있다.
규모가 큰 경제국이 부채 감축을 위해 금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번 키프로스 금 매각 합의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충격을 줄 만한 계기가 됐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