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압박 속 금통위원들 장시간 격론
[뉴스핌=김선엽 기자] 길고 길었던 한국은행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결국 '금리 동결'로 막을 내렸다.
한은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정부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 뻔했고, 동결을 할 경우 정책공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4월에는 한은이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정부가 먼저 2.3%로 성장률 전망을 못박은 탓에 금통위원들간에도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중수 총재 역시 지난달 29일 말레이시아 출장에서 귀국한 뒤로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한은에 남아 긴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한은 일부 직원들은 "밤 12시 퇴근, 아침 7시 출근을 반복했다", "금통위를 두 달에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놓았다.
[뉴스핌=김학선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금통위원들간에도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올해 우리경제 전망의 전제가 되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높다, 낮다" 설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총재의 멘트가 단순 명확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 고심을 했었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이번 동결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전했다.
하지만 가장 피곤했던 것은 역시 격론을 펼친 금통위원들일 것이다. 정해방 위원은 이날 오후 4시경에 한은을 나섰고 나머지 금통위원들도 일찌감치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지난주 열린 김종화 부총재보 이임식 때 김 총재가 '4월은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며 말을 꺼내더라"며 "본인의 복잡한 심경을 직원들 앞에서 드러낸 것 아니겠냐"며 고단했던 한은의 따뜻하지 않은 4월을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