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재료 지난주 선반영", "G2 경기둔화"
[뉴스핌=김선엽 기자] 정부의 추경 발표에도 불구하고 16일 채권시장이 강세 일변도다. 통상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채권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동하지만 이미 지난주에 구체적인 수치가 시장에 새면서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판단 속에 강세 확대 재료로 소화되고 있다.
대신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최근 둔화세를 보이면서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새롭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3명이었다는 루머가 돌면서 시장을 강하게 지탱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발표하고 올해 국고채 발행량이 총 8조8000억원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순증액 15조8000억원 중 7조원은 시장조성용 물량을 축소해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국고채 발행 증가로 금리가 20~30bp(1bp=0.01%)가량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현재 채권금리는 전 만기에 걸쳐 전일 대비 5~7bp 하락한 상태다.
추경 재료는 이미 반영됐다는 판단 속에 금통위 관련 루머와 대외 지표의 둔화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한은이 25일 발표하는 1분기 GDP 속보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매도강도가 둔화됐다는 평가과 함께 '올 만큼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수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계은행의 한 매니저는 "추경으로 인한 수급 문제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가 좋지 않게 나온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매니저는 "키프로스 이슈에다가 금 가격 폭락 등 모든 상품가격의 하락이 최근 미국지표와 세계경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3 루머도 있긴 하지만 앞으로의 지표가 쉽지 호전되기 어렵다는 시그널이 강하게 나오면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비둘기파 쪽에 밀릴 수도 있다는데 힘이 좀 실린 상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해외 이슈에 의해서 추경의 영향이 가려진 것일 뿐 막상 실제 발행물량이 증가하는 5월이 가까워질수록 수급변수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증권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추경 관련 숫자가 이미 지난주에 시장에 돌아서 선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늘 장기물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해석들이 많은데 월 7조원의 발행규모를 생각하면 1조원의 증액이 적다고만은 하기 어렵다"며 "5월 발행 증가에 대한 실제 시장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일단 추경발 수급 충격으로 흔들리던 분위기는 일단 마무리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국내 채권수요를 감안할 때 이번 추경으로 인한 수급상의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2009년을 돌아봐도 추경에 따른 채권 수요 둔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장기 채권 매수 여건이 강화된 점에서, 금리 상승 시 실제 장기 채권 투자자에게는 비중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에 따른 순증액 이상의 채권수요가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보험사, 신규 자금 유입 규모가 연 3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연내 만기 상환 20조원 포함해서, 만기 10년 이상 채권 수요는 5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연내 순증 채권 투자 규모 8조원 정도고 국민연금을 포함해 기금의 연내 만기 상환은 42조원 내외며 재투자는 만기 5년 이상 채권에 집중될 것"이라며 "바이백이 잔존만기 2~3년 내 단기 채권에 집중될 것을 고려하면 추경에 따른 장기물 공급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