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한라건설 자금지원 놓고 투자자 반발 확산
[뉴스핌=이강혁 기자] 한라그룹이 양대 사업축의 하나인 건설 구하기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정몽원 회장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봉착한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우량 계열사 만도를 동원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주요 투자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만도의 부실계열사 한라건설 지원 결정은 문제"라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런 논란을 어떻게 잠재우고 한라건설을 구할지 귀축가 주목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라건설은 총 3435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만도 자회사인 마이스터가 참여키로 했다.
한라건설의 부채비율은 556%(지난해말 기준)에 이른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200% 이내로 크게 낮춰질 수 있다.
정몽원 회장의 승부수는 이런 맥락에서 시작됐다. 건설경기 침체의 장기화 국면에서 한라건설의 부실은 그룹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경영현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라그룹의 지배구조는 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고리의 선상에서 한라건설이 무너지면 그룹이 위태로워지는 셈이다.
정 회장 역시 한라건설과 만도 모두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외부의 자금을 잘못 끌어대서 지배구조를 흔들기 보다는 우량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을 털어내려는 시도는 어쩌면 당연한 결정일 수 있다.
정 회장은 한라건설 지분 24.28%를, 만도 지분 7.54%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의 방식은 경영상 위험요소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만도가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786억원을 투자하고, 마이스터는 이 자금 가운데 3385억원을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정몽원 회장도 이번 유상증자에 일부 참여할 예정이다. 자회사인 한라I&C 주식을 한라건설에 추가로 무상 출연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만도가 한라건설을 지원하는 셈이지만 신용위험을 분담하고 오너의 책임감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내부의 판단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한라그룹 측은 "만도가 한라건설을 지원해도 전체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한라건설 구하기 프로젝트는 만도 투자가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부실한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결국 만도의 기업가치 훼손은 물론 그룹 전체적인 위험성을 더 키우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만도의 의결권 주식 32만1586주를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15일 서울동부지법에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 주금납입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은 "만도의 마이스터를 통한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가 72%의 주주와 종업원들의 이익을 명백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뿐만 아니라 만도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주주들도 법적대응 등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유상증자에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도 내부적으로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관련 '만도의 부실계열사 지원 결정, 경제민화에 역행'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강화, 계열사 부당지원, 공시 위반, 이사의 이해상충 등 총체적 문제에 봉착했다"며 "만도·마이스터의 한라건설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