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세계 거액 자산가들의 ‘금고’로 통하는 스위스가 인기를 점차 상실하는 반면 싱가포르로 이들의 자금이 밀물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장래에 싱가포르가 스위스를 제치고 부자들의 ‘천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현지시간) 런던의 리서치 업체인 웰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글로벌 자산가들의 금융 센터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가들이 싱가포르에 예치한 자금은 2000년 500억달러에서 최근 5500억달러로 11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4500억달러가 해외 자산가들의 자금으로 밝혀졌다.
스위스의 경우 2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가들의 자금이 예치됐고, 이 가운데 2조1000억달러가 해외 자금인 것으로 집계됐다. 스위스는 8조1500억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갑부들의 자산 가운데 34%를 차지하는 셈이다.
여전히 스위스가 현격한 차이로 싱가포르를 앞지르고 있지만 간극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으며, 2020년까지 싱가포르가 스위스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의 운용 자산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스위스의 경우 2016년까지 2조달러 아래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싱가포르에 예치된 갑부들의 자산은 네 배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자산가들 사이에 싱가포르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면세 혜택이 높은 데다 아시아 지역 자산가들의 부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억만장자들이 싱가포르를 포함한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면세를 포함한 제도적인 이점과 금융 허브라는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을 적극 개방하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스위스의 은행권에 고객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등 자산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금 유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웰스인사이트는 스위스의 자산운용 모델이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풀이했다. 과거 4년간 미국과 유럽의 공격적인 탈세자 추적 움직임 속에 스위스의 평판이 크게 흔들렸고, 세금피난처에 대한 감독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