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슈퍼 부자들이 금융위기에 자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위기에 고액 자산가도 예외 없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 상반된 조사 결과여서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순자산 가치가 80만달러를 웃도는 미국 상위 7% 부자들은 자산 가치를 30% 가까이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800만 가구에 이르는 이들 갑부의 자산 가치는 250만달러에서 320만달러로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93%의 미국인은 같은 기간 자산 가치가 14만달러에서 13만4000달러로 4% 가량 줄어들었다.
전례 없는 금융위기와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를 겪는 사이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퓨 리서치 센터의 리처드 프라이 연구원은 “경기 침체와 회복 과정에 부의 불평등이 더욱 커졌다”며 “2011년 사위 7%의 자산가들이 가진 부는 그 이외 미국인에 비해 24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고, 이는 2009년 18배에서 대폭 상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 가치의 구간별로 보더라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미국 가계의 18%를 차지하는 자산 규모 10만~24만9000달러의 가계 부가 2009~2011년 사이 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가치 25만~49만9000달러인 가계 역시 같은 기간 부가 4% 감소했다. 반면 5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가계의 부는 21%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테네시 주립대학의 제이슨 드베이커 이코노미스트는 “부의 불평등이 점차 확대될 뿐 아니라 고착화되는 양상”이라며 “이와 함께 미국 경제의 활력이 약화되는 조짐도 이번 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계 전체의 부가 2012년 한 해 동안 증가, 손실을 상당폭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미국 가계 자산 가치는 66조1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전인 2007년 3분기 기록한 고점 67조4000억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가격이 하반기 이후 반등하면서 전반적인 가계 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연준의 양적완화(QE)가 지속된 데 따른 금융자산 상승도 가계 부를 회복하는 데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