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사고가 만들어낸 천연가스분야의 신화
[뉴스핌=김영훈 기자] 지난달 중국 가스공급업체인 ENN(新奧 신아오)그룹이 미국에 총 50개의 천연가스 충전소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NN은 미국 최대 에너지사 듀크 에너지와 협력해 우선 미국에서 유통사업을 진행한 후 중국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의 자원 사냥이 이슈에 오른 가운데 민영 업체가 미국의 천연가스 시장에 뛰어든 것은 상당히 놀라운 소식이었다.
ENN 그룹을 이끌고 있는 왕위쒀(王玉鎖ㆍ49) 회장은 중국에서 정부가 주도하고 있던 천연가스 시장에 일찍부터 뛰어들어 이 분야를 시장화한 산 증인이다.
그를 ‘중국 천연가스의 황제’라 부르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ENN은 중국에 부설한 파이프 라인만 1만7000km를 운영하고 있고, 100여 도시에서 천연가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왕위쒀가 처음 천연가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2세 때인 1986년이다. 그는 우연히 알게 된 깡통 사업자를 통해 가스 장사를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정부가격과 시장가격으로 나뉘어 이중가격제가 시행되던 시절이다. 왕은 이 두 가격 차이에서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정식으로 천연가스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2년이다. 그는 화베이(華北)유전의 일부 국유 유정이 외부 민간 기업과 합작을 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허베이성 랑팡시에 가스를 공급하는 첫 민간인 사업자가 됐다.
그가 또 한번의 하늘이 내린 기회를 맞이한 것은 1998년 중국 정부가 서쪽의 가스를 동쪽으로 끌어오는 ‘서기동수’ 정책을 내놓으면서다.
당시 중국에서는 천연가스의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민간 사업자가 막 생겨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ENN은 이미 랑팡 시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쌓은 덕분에 전문 인재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남들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1990년대초 도시 천연가스 공급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지 20년 만에 신아오(ENN)는 자산이 300억위안이 넘는 중국 최대 민영 가스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 크고 작은 천연가스기업이 600여 곳이 있지만 신아오는 기술 경쟁력에 있어 이 가운데서도 가장 독보적인 사업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왕위쒀 회장은 천연가스 공급으로는 장기적인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판단하에 2004년 다시 한번 대규모 사업 다각화 정비작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바로 청정에너지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30억위안을 투자해 관련 분야의 기술개발에 열중했고 지금은 당당히 고기술 에너지 기업으로 위상을 굳혔다.
그는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부주석 시절 미국 방문길에 올랐을 때 동행했던 몇 명 안되는 민영기업가였다. 그는 이 때도 중미경제무역 협력포럼에서 5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네바다주에 청정네너지 생태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청정에너지는 당장 수익을 가져다 주지 않기에 그는 인내력을 시험하는 장거리 경주를 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업을 한발 더 앞서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천연가스 민간 최대 사업자임에도 왕 회장은 “성공했다고 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해 앞으로 ENN그룹이 더 큰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왕 회장은 2012년 포브스 중국 부호 순위에서 개인재산 153억1000만위안으로 28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