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고수익 좇아 아시아 등으로 발걸음 재촉
[뉴스핌=권지언 기자] 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해당국들의 통화강세 방지 노력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투자 자금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
EPFR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이머징마켓채권 뮤추얼펀드로 7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고, 세계은행은 지난 4월 전세계 이머징 마켓으로의 자금 흐름이 64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2% 늘었다고 밝혔다.
해외로부터 투자 자금이 몰려오는 것이 대개는 좋은 현상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해당국 통화 강세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피해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자금이 빠르게 들어왔다가 그만큼 빠르게 빠져나갈 경우 해당국 은행, 주식 및 외환 시장에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어 중앙은행들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BBVA 이코노미스트 스테픈 슈워츠는 “이들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통해 이 같은 자금유입에 대응할 수도 있지만 일부 경제에서는 자산 버블과 과열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 이들이 처한 딜레마”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통화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해당 중앙은행들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7일 호주 중앙은행은 호주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사상 최저 수준인 2.75%로 금리를 인하했고, 다음날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자국통화 강세를 이유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음을 인정했고 앞으로도 개입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국 중앙은행도 지난달 30일 바트 가치의 가파른 상승이 경제 펀더멘털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트화 가치는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오른 상태다.
얼마 전 투자적격 등급 국가로 올라선 필리핀도 자국민들의 해외 자금 유치를 용이하게 하고 역외거래 은행들에 예금금리를 인하하는 등 핫머니 유입 대응 조치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투자자들의 위안화 강세 배팅이 늘면서 중국도 칼을 빼 들었다. 지난 주말 중국 당국은 금융회사들에 대한 외환 예대비율을 제한하고, 수출입 기업들에 대해 상품거래와 자금거래가 일치하는지 감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WSJ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들의 이 같은 조치들이 자국통화 강세 효과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호주가 지난 2011년 말 이후 7번째로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해당 기간 동안 호주 달러는 미 달러 대비 2센트 정도 내렸을 뿐이다. 외환시장 개입을 결정한 그레이엄 휠러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도 “현재의 강력한 자금 유입세를 감안하면 개입 조치가 환율 수준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WSJ는 또 (선진국 완화에 따른) 영향이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인도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에서는 무역적자 때문에 해당국 통화가 여전히 약세라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 주기적으로 개입하던 지난 2010년과 비교하면 올해의 개입 정도는 그리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