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김선엽 기자]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 측에서 매년 단가를 깎아달라고 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이 상생정책을 잘 펼치고 있어서 납품업체의 형편이 아주 좋아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예전에는 단가를 깎아 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요즘에는 전혀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게 이 관계자가 특별히 강조한 설명이다.
대금결제에서도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잦은 이월로 수억원까지 밀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삼성 담당자가 책임져야 될 일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서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팀별로 예산을 편성하는데 A라는 사업부 예산이 월 4000만원이라고 할 때 만약 이번 달에 6000만원을 청구하게 되면 과거에는 예산이 모자라서 2000만원을 다음 달로 이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전자 담당자들이 이월이 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결제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과거 계약서도 없이 일을 진행하다가 이런 문제가 생겨도 말을 할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이같은 관행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소액거래도 일일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 진행해야 돼서 오히려 귀찮아진 측면도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상생을 실천하고 갑을관계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생정책에 대해 협력사들이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수치상으로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달라진 분위기에 협력사의 만족감은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동반성장지수'에서도 '우수' 평가를 받으며 최상위 평가 대기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삼성전자의 상생정책 방향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문제를 줄이면서 협력사와 함께 '윈윈'의 길로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60일을 넘기는 어음 지급 없애기와 현금결제 늘리기 ▲표준하도급 계약서 사용과 합리적 단가 매기기 ▲협력사에도 원자재가 인상에 따른 가격조정 정보 알리기 ▲협력사에 기술지원·품질혁신·임직원 교육 ▲향응·금품수수·부당한 청탁 없애기 등 구체적인 실천사항도 정해놓고 있다.
특히 현업의 담당자에게는 협력사와의 엄격한 비즈니스 규정을 적용,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단적으로 협력사로부터 과도한 식사나 골프 접대 등은 목적이 어떻든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협력사를 돕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라는 확고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단가를 억지로 깎아서 순간의 실적만을 신경쓰다 보면 제대로 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삼성 제품의 경쟁력 또한 떨어진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원사업장과 10여년간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H협력사의 한 임원은 "몇년 사이 삼성이 협력사를 대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며 "삼성 임직원이 받는 각종 교육을 그대로 협력사에게도 전수시켜 주고, 특히 상생협력센터를 운영하면서 단가 압박 등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민원까지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맥락에서 협력사에 대한 기술전수는 물론 준법경영 지원, 우수인력 채용, 상생펀드 운영 등 다양한 방면에서 '윈윈' 정책을 강화하는 중이다. 또, 기술이 뛰어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조건없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좋은 부품이 개발되면 이 중소기업과의 즉각적인 거래관계를 맺기도 한다.
다만, 지나치리 만큼 꼼꼼한 상생정책과 사회적으로 시끄러워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삼성전자의 분위기상 종종 갑작스러운 거래중단 통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협력사의 긴장과 부담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원사업장에 상생협력센터를 수년전부터 운영하면서 협력사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하는데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갑을 문화를 청산하고 동반성장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지속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