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통화, 버냉키 발언따라 '흔들'
강남 김여사가 먹고 살기 힘들어 집나갔다는 우스개소리가 금융가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자들은 국내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투자처를 찾지 못해 국제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정보 때문에 일면적이거나 일회적인 특징에 혹하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핌 국제부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특징과 자금흐름의 추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매월 그리고 분기나 반기별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변화를 진단하고 흐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註]
[뉴스핌=주명호 기자] 6월 글로벌 외환시장은 5월에 이어 여전히 지속된 신흥국 통화의 약세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엔화가 가장 주목을 받았다.
외환시장을 흔든 주 요인은 역시 미국의 국채매입 축소 개시에 대한 우려였다. 특히 신흥국은 연방준비제도(Fed)의 말 한마디마다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을 언급한 이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축소 시작 시점을 '올해'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이 다시 이어지면서 세계 환율시장은 일제히 달러화 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신흥국 통화는 미국발 우려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전월에 이어 약세를 지속했다. 유안타 증권의 토비 린 채권트레이더는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아시아 자산 시장의 자금 유출 및 매도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6월 13일 기준 신흥국 환율 추이(블룸버그, 6/13 기준) <출처 : 국제금융센터> |
5월 22일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신흥국 통화는 적게는 1%에서 많게는 4% 가까이 달러화 대비 평하절하됐다.
필리핀 페소화는 4.0%, 인도 루피화는 3.9% 각각 가치 하락했으며, 5월 6.5%나 하락했던 브라질 헤알화도 여전히 약세를 지속해 이달 3.4%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5월에 달러화 대비 최대 약세를 보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2.8% 절하되는 데 그쳤다.
이밖에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달러화 대비 2.5~2.7% 약세를 보였다.
분기로 보면 인도 루피화가 가장 큰 절하폭을 보였다. 2분기 루피화는 달러화 대비 8.6% 떨어졌으며 지난달 26일에는 달러/루피가 60.72루피를 기록해 통화가치가 사상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태국 바트화는 같은 기간 5.8%, 필리핀 페소화는 5.6% 절하됐다. 우리나라 원화도 달러화 대비 2.7% 약세를 나타냈고 싱가포르 달러화도 이번 분기 1.9% 하락했다.
일본 엔화는 6월 한 달 가장 극적인 변동성을 나타냈다.
5월 말 100엔 돌파 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던 달러/엔은 FOMC 발표 후 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다시 반등으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엔화는 초반 강세에도 불구하고 6월 전체적으로는 달러화 대비 약 1.5% 절하됐다.
6월 달러/엔 추이 <출처 : DailyFX.com> |
엔화가치 변동폭도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엔이 6월 동안 매일 1엔 이상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달러/엔 거래에 쉽사리 발을 들이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2분기 엔화는 달러화 대비 3.71%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 대비로도 2.0% 내렸으며 중국 위안화 대비는 5.01% 나 절하됐다.
한편, 최근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주요 통화대비로는 약세를 그렸다. ICE 달러화지수는 2분기 0.1%, 6월 0.6% 각각 하락했다.
7월 환율 전망도 달러화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강세 및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달러화 강세 지속여부는 이달 5일 발표될 미국 고용보고서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은 고용보고서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