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남도를 찾은 까닭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30여 년 군 생활을 하면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주민등록지만 스물두 번 옮겼다. 강원도 화천으로부터 경남 진해에 이르기까지, 전북 전주에서 경북 대구에 이르기까지 동서남북으로 누비며 다녔다. 가는 곳 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고 멋이 있었다. 내가 직접 살면서 겪어 본 고장 중에서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 온다면 나는 단연코 엄지손가락을 힘 있게 펴 보이며 남도를 꼽는다.

남도에 가면 맛과 멋이 있다. 남도엔 다른 고장에서 볼 수 없는 민속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누군가 ‘소리는 호남이요, 춤은 영남이다.’라고 했지만, 나는 소리와 춤이 모두 발달한 곳이 호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도엔 사람을 끄는 이상한 뭔가가 있다. 말부터 ‘그~으~라~제~이~잉...’하며 척 감기는 정감으로 사람을 잡아 당겨 놓고 시작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답사 일번지로 남도를 꼽았듯이, 남도에 가면 우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모두 담긴 기층문화를 만날 수 있다. 남도를 아무리 많이 가 보아도 남도를 다 말 할 수 없다. 남도에 살아도 남도를 다 말할 수 없다.

이번 이야기는 여러 해 동안 민속예술과 문화재를 중심으로 남도 일대를 여행한 내용이다. 어느 봄 날 청산도를 방문해 하얗게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인연의 법칙을 생각했다. 구례에서는 판소리 동편제를 만나 선 굵은 소리의 세계를 배웠다. 순천에서는 뒷간이 가장 아름다운 절 선암사에서 가슴속 응어리를 달랬다. 벌교읍을 찾아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주인공들과 대화도 나눴다.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날엔 홍도와 흑산도를 찾아 맘속의 ‘전투복’을 벗어 던졌다. 목포 유달산에서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만나 민족혼을 목 놓아 부르기도 했다. 누런 가을볕이 내리던 가을 날 해남 땅 끝에서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초의 선사, 송강 정철 등 제현님들을 역사책속에서 모시고 나와, 인생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어린아이처럼 응석 부리기도 했다. 여기, 그런 남도의 희한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펼쳐본다. 이번 여름휴가 때 가족과 함께 찾아 볼만한 여행 정보가 되길 아소망해 본다.

 

♦청산도 연가

풍류당비(나는 봄비를 풍류당비라고 한다) 내리는 서울을 빠져 나오는 맘은 꽃향기로 가득 찼다. 중화 참(中火 참)이 한 참 지나 완도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청산도행 배에 오르니 꽃잎을 흩뿌린 듯 섬들이 바다 위에 점점이 펼쳐졌다. 조금은 쌀쌀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진도 아리랑'을 흥얼대다 보니 배는 청산도 선착장에 선수를 들이댔다. 해가 두 뼘 정도 남아 있었다.

청산도는 전남 완도군 청산면으로써 완도군의 1,004개 섬 중 하나다. 섬에서 시간이 멈춘 듯 묘한 분위기가 엄습해 왔다. 어둡기 전 서둘러 남도 장례문화 특징 중 하나인 초분(草墳 : 사람이 죽으면 곧바로 땅에 묻지 않고 시신의 물이 빠질 때까지 임시로 만들어 놓은 무덤)을 둘러보았다. 초분에서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진 육신의 허망함이 밀려왔다. 저녁상을 물리고 숙소가 마련돼 있는 마을 고샅을 걸었다. 마을 사람도 답사 객도 없는 고샅엔 개 짖는 소리만이 가끔 들렸다. 초분의 허망이 또 다시 머릿속을 맴돌았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캐낸 돌로 쌓아 만든 돌담위엔 갓 돌 지난 아이의 앞니 같은 별들이 은하수와 함께 쏟아져 내렸다. 희한한 아름다움이 까만 어둠속에 깔리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돌담길을 더듬거리며 걸었다. 희락정, 주왕암, 협동조합 가게, 졸고 있는 가로등, 슬레이트 처마 끝에서 곰삭은 섬마을 향기가 풍겨왔다. 꼬막 속 핏줄 같은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맘이 편해졌다. 서울에 두고 온 근심덩어리들이 달려오다간 도망치고, 도망갔다간 또다시 다가왔다. 청산도의 밤은 그렇게 어린아이 잠처럼 깊어 갔다.
 
청산도 아침은 옥색이었다. 해송 너머 해변 가에 이르는 길옆엔 옥색 햇살을 등지고 老부부가 마늘밭을 가꾸고 있었다. 기품 있는 해송들이 뿌리를 내린 작고 좁은 자드락길을 걸었다. 새벽녘 자리끼 마실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사의 마음이 가슴속에 강물처럼 흘렀다.
청산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농업문화유산 제1호인 '구들장 논'이었다. 자투리 땅뙈기 하나라도 놀리지 않기 위해 돌 땅 위에 구들장을 놓고, 그 위에 다시 진흙을 덮어 만든 논이었다. 구들장 논바닥엔 가난, 한숨, 핍박, 설움, 얼룩, 눈물 등 온갖 시련이 켜켜이 싸인 거름되어 도전, 극복, 이룸, 나눔, 베 품, 신명, 희망 등 이 세상 모든 사랑을 피워내는 것 같았다. 박제된 문화가 아니라 생활 속에 온전히 살아 숨을 쉬는 문화유산인 것이다.

서편제 영화 길은 고왔다. 임권택 감독이 "서편제는 귀신이 도와 줘서 성공한 영화다. 그 길 위로 회오리바람이 불어 주었기 때문에 명장면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 그 길을 걸으며 진도아리랑을 영화 속 유봉처럼 질러댔다.

‘문경 세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내 가슴엔 희망도 많다. 만나니 반가우나 이별을 어이해 이별을 헐랴거든  왜 만났든고. 약산동대 진달래 꽃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핀다. 춥냐 덥냐 내 품안으로 들어라 베개가 높고 낮거든 내 팔을 베거라. 노다 가세 노다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 가세. 해당화 한송이 와자자지끈 꺽어 우리님 머리위에다 꼿아나 줄까. 치어다 보느냐 만학은 천봉 내려 굽어보니 백사지로구나. 왜 왔든고 왜 왔든고 울고나 갈 길을 내가 왜 와든고. 만경창파에 둥둥둥 뜬 배 어기여차 어야디어라 노를 저어라.’

진도 아리랑엔, 신명 속의 한으로 구성된 내용 따라, 시김새와 꺽임이 많은 남도 민요 특징이 오롯이 들어 있다. 소리길 위로 어깨춤이 덩실대며 뿌려졌다. 일본인 답사 객들도 흥에 겨워 손끝 따라 춤사위를 만들었다. 양귀비 꽃 보다 더 고운 진도 아리랑 사랑이 서편제를 넘어가고 있었다. 청산도를 빠져 나오는 뱃길은 피안의 세계였다. 무릎 위에 청산도 사랑을 올려놓고 세마치장단을 쳤다. 육자배기가 진한 여운을 남기며 뱃고동과 함께 울렸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靑 "원포인트 개헌 반대 안해" [서울=뉴스핌] 김미경 박찬제 기자 = 청와대는 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원포인트 헌법개정' 제안에 "사전 교감은 없었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핌에 "(당청 사이에) 특별한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오래전부터 원포인트 개헌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도 공약 사항으로 개헌을 언급했다"면서 "한 번에 전면 개헌을 하기 어렵다면 중요한 것이라도 먼저 개헌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핌DB] 한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오는 지방선거와 함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다"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고 야당에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면서 "헌법 전문 수록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야당의 초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거듭 야당에 요청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 전문 수록이나 비상계엄 요건 강화 등이 대표적인 개헌 의제"이라면서 "개헌을 하려면 국회 200석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6.02.03 pangbin@newspim.com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는 우선 국회 논의를 두고보자는 입장"이라면서 "국회 논의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는 정도가 청와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 1호로 '개헌'을 제시했지만 아직은 개헌에 필요한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정권 초기에 치러지는 오는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헌 추진에 시동을 걸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나쁘지 않고 국정 장악력이 강하고 정권 초기라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개헌 카드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국정 동력은 물론 개혁 과제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개헌 카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어 이재명 정부가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강하게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일단 여당이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국회 진전 상황과 정국의 흐름을 봐 가면서 무리하지 않게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pcjay@newspim.com 2026-02-03 12:37
사진
'법정소란' 이하상 변호사 감치 집행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법정 소란으로 감치 명령을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이 3일 구금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 종료 직후,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으로 출석한 이하상 변호사에 대한 감치 명령이 집행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법정 소란으로 감치 명령을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이 3일 구금됐다. 사진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가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문기일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재판이 끝난 이후 법무부 교정본부 직원들이 이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법원 구치감에 머무르다 서울구치소로 옮겨졌다. 감치 기간은 총 15일이다. 지난해 11월 한 전 총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 당시 퇴정 명령에 응하지 않은 이 변호사와 권우현 변호사에 대해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하지만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정당국이 수용을 거절하면서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이들은 감치 결정에 항고했으나 서울고법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권 변호사의 경우 감치 5일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hong90@newspim.com 2026-02-03 17:0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