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여신분류 채권단에 맡겨
전자어음 700억원 결제로 부도위험 넘겨
[뉴스핌=이영기 기자] 금융감독원이 채권단 자율로 STX조선해양에 대한 여신건전성 분류를 하도록 해 STX조선의 경영정상화가 본격 진행된다.
금감원의 고정이하 분류라는 당초입장은 채권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을 가중시켜 경영정상화에 대한 동의를 가로막아 왔다.
금감원의 입장변화로 채권은행들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동의서를 제출키로 했다.
31일 STX조선 채권은행들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STX조선의 여신 건전성 분류를 "채권 은행의 자율로 정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산은은 STX조선에 2조7000억원 자금 지원(기존 지원 8500억원 포함), 신용장(L/C) 3억달러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23일까지 알려달라고 채권은행들에 통지했다.
하지만 23일이 훨씬 지난 전날까지도 외환은행을 제외하고는 어떤 채권은행도 동의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당초 금감원이 STX조선 채권단에 신규로 지원되는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하라고 한 탓이다.
그간 자율협약 자금지원은 여신 건전성을 '요주의'로 분류해 충당금을 최소 7% 적립하면 됐지만 이를 '고정이하'로 분류하면 최소 20%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채권단은 이런 충당금 추가 적립부담 등을 이유로 STX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서 제출을 미뤄왔던 것이다.
이렇게 채권단의 동의가 지연되자 STX조선은 부도위기에 몰리게 됐다. 이날까지 7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전자어음을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금감원이 당초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채권은행들은 이날 중으로 STX조선의 경영정상화에 동의함으로서 부도를 모면함과 동시에 지원이 본격 진행되게 된 것.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7000억원 내외의 출자전환이 추진되면 STX조선의 재무구조도 개선돼 연말에는 충당금 부담이 당초 보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감원도 이런 측면을 고려해 이번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