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비중 줄이고 위험자산인 주식 늘리고 나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이후 투자가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을 모은 자본대순환이 ‘소문난 잔치’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글로벌 ‘큰손’이 자산시장에서 무게중심을 옮기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공룡 기관이 저수익률의 국채의 비중을 줄이고 위험자산인 주식을 늘리고 나서자 투자가들 사이에 관련 자산 가격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자산 800억달러 규모의 일본 연기금이 채권에 실린 무게를 줄이고 주식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연이어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올해 2분기 2%의 손실을 기록했다. 일본의 물가연동채권(TIPS)과 국채 투자에서 저조한 결과를 낸 데 따른 것이라고 펀드 측은 설명했다. 때문에 고수익이 기대되는 주식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는 7600억달러에 이른다. 펀드는 이미 주식 비중을 1분기 62.4%에서 2분기 63.4%로 확대했다.
일본 연기금 역시 일본 국채에 쏠린 포트폴리오를 주식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 큰손 이외에 일정 수준 외형을 갖춘 기관 투자자와 개인까지 이른바 자금대순환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특히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기관의 경우 소폭의 포트폴리오 변경을 단행한다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로스차일드 웰스 매니지먼트의 더크 바이드만 투자 헤드는 “거의 모든 부류의 투자자들이 자산 재조정에 나섰다”며 “자산시장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식과 채권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들은 최근 자금 흐름이 주식 비중을 늘리도록 압박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자금 이동이 보다 뚜렷해지면서 주식 투자 비중을 계획보다 늘리거나 포트폴리오 재편성에 관심을 두지 않던 투자자들도 자금대순환에 동참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대형 기관들이 주식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나서자 그밖에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과 주가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4개월 사이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입이 6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자산의 0.8%에 이르는 수치다.
반면 채권 펀드 및 ETF에서는 같은 기간 22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했다. 이는 전체 자산의 0.5%에 해당하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 S&P500 지수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50개월에 걸쳐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과거 10년 평균 기업 이익에 대한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쉴러 주가수익률(PER)은 최근 24를 기록해 역사적 평균치인 16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