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매입 축소 시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신흥시장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를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까지는 아니어도 당분간 이 같은 혼란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자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신흥시장의 동요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융권이 붕괴 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시장은 상대적으로 위기에서 빗겨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을 점치면서 신흥시장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부양책을 통해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신흥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 회복 전망을 등에 업고 연준이 정책 회수를 시사하면서 신흥시장은 연준발 '낙진'에 대한 우려에 휩싸여 있다.
◆신흥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최근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연준의 '테이퍼링'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테이퍼링에 나설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행보는 그동안 풍부한 외부 자금을 바탕으로 회복을 모색했던 신흥시장에서 자금 유출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바로는 올해 약 950억 달러의 자금이 미국 ETF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신흥시장 ETF에서는 840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신흥시장은 경제 펀더멘탈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동안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 정책으로 유입된 유동성이 이런 문제를 상쇄했다. 하지만 이제 유동성이 고갈될 조짐을 보이면서 근본적인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자금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장은 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국가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분기 경상수지 적자폭은 980억 달러로 GDP의 4.4%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580억 달러를 기록한 1분기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골드만삭스가 예상했던 GDP의 3.5~4%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이같은 적자폭은 지난 1996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데이터스트림, FT에서 재인용 |
태국도 경상수지 적자가 1분기에 13억 달러에서 2분기 51억 달러로 대폭 증가한 것이 확인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지난 3월로 끝난 회계연도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4.8%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 뉴스의 에디터인 밥 피사니는 신흥시장이 지난 2009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부양책에 의한 외부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완화정책이 희석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금 유출 외에도 내부적으로 진행한 경기 부양책 역시 종료되고 있으며 중국의 성장 둔화로 국제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신흥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피사니는 신흥시장은 그동안 부족했던 부채 조정과 기반시설 투자와 같은 요인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출처: IMF, World Bank, HSBC. FT에서 재인용 |
◆신흥시장 개별적 문제도 산적
각 신흥시장 경제가 떠안고 있는 문제 역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인도는 수출을 포함해 성장 동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의 힌두스탄 타임즈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도는 수입과 수출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때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 수입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줄었지만 글로벌 수요의 둔화와 맞물려 수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신흥시장이 가격 경쟁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인도는 정치권의 부패 문제와 정책 실기로 대응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금융권의 부실대출도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분기 인도 40대 은행의 미상환 대출금 총액은 2조 800억 루피로 1년 전 1조 4900억 루피에 비해 4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인도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임시방편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구조 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연준의 정책 회수 외에도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발표한 7월 물가 상승률은 8.18%로 2009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중앙은행이 지준율 인상에 나선 것도 이같은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가에 대한 불안감에 구매력 역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정책 당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편 태국 경제는 지난 2분기 예상을 깨고 위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태국 경제가 한동안 이같은 위축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수출과 함께 내수도 약해진 가운데 기업들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태국은 자동차와 전기,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과 함께 쌀을 주력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최근 수요 약화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계 부채 역시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책 당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태국의 가계 부채는 GDP 대비 55% 수준에서 80%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