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암초…국회처리 과정서 논란 예상
[뉴스핌=김연순 기자] 정부가 4년 만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해 대내정책금융을 단일화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비핵심 업무를 축소하는 등 대외정책금융 기능을 개편한다.
또한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대신 수은·무보·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박 관련 인력과 조직은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금융 종합센터(가칭)'로 통합하기로 했다.
27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확정했다.
<자료:금융위원회> |
하지만 정부가 4년 전에도 정책금융 강화와 시장마찰 해소 명분으로 산은과 정금공을 분리한 이후 4년 만에 같은 논리로 재통합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산은과 정금공을 떼었다 붙이는 과정에서 들어갈 비용과 인력구조조정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따른 반발도 부산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국회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4년만에 도로 '산은'…4년전 분리도 같은 명분 '논란'
27일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대내 정책금융 부문에서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하고 산은지주를 해체해 대내 정책금융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즉 분산·중복된 정책금융기능을 수요자 입장에서 대내·대외·중소기업 등 기능별·분야별로 재편하고 창업·벤처 중소기업, 신성장 산업, 해외플랜트 등 창조경제 지원에 정책금융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이에 따라 대내 정책금융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해 창업·벤처기업 지원, SOC투자, 기업구조조정 역량 등 산은의 정책금융 전문성을 창조경제 구현에 적극 활용키로 했다.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설립된 정금공은 산은과 통합하되, 벤처투자, 온렌딩 등 정금공의 주요기능은 통합산은 내 독립부서에서 수행키로 했다. 통합 산업은행은 내년 7월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고승범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안정 기능이 중요해짐에 따라 관련한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한 산은의 정책기능 유지 필요성이 증대됐다"면서 "산은이 정책기능을 유지할 경우 산은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해 정책재원의 비효율 유발 소지가 있는 정금공은 산은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4년 전 산은과 정금공을 분리할 당시에도 명분은 정책금융 강화과 시장마찰 해소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는 산은을 민영화한 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키우기로 하고, 순수 정책금융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정금공을 설립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정부는 같은 논리로 두 기관을 합치겠다고 선언했다.
고승범 사무처장은 산은 민영화 중단과 관련해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여건 악화 등으로 지난 2008년 6월 민영화를 결정할 때보다 추진동력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시장안정판,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정책금융의 기능 강화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최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산업은행 민영화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착안해 전 정권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이라며 "시장상황에 변화가 없는데도 일부 소수 공직자가 (민영화 중단) 결론을 내리고 명분과 논리를 만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두 기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들어갈 비용은 물론 통합 과정에서의 인력 구조조정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직전인 2009년 10월과 비교해 올해 7월 말 현재 산은과 정금공, 산은지주의 인력은 약 790명 늘었고 예산은 26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통합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최소화하고 벤처투자·온렌딩은 독립부서로 운영하는 등 안정적인 통합을 유도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흡수통합 당사자인 정책금융공사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은 명분도 논리도 없다"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졸속 개편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 위원장은 "수요자인 기업 입장을 배제한 채 힘센 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앞으로 일원화하는 것은 공급자 독점체제로 가는 것"이라면서 "중소ㆍ중견기업의 자금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 놓고 반발 확산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따른 후폭풍도 커질 조짐이다.
정부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대신 수은·무보·산은 등의 선박금융 관련 조직·인력을 부산으로 이전해 '(가칭) 해양금융 종합센터'로 통합키로 했다. 수은 부행장급 본부장을 포함해 약 100명을 이전하고, 필요시 이전기관들로 '해양금융협의회'를 구성·운영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따른 통상마찰 소지 등을 고려해 가급적 민간재원으로 상업적 원리에 따라 운영하는 해운보증기금 설립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방안과 관련해 부산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을 백지화하면 부산시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선박금융공사의 부산 설립 백지화에 대해 "해양수산부의 부산 유치 무산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지역 핵심 대선공약이 또 다시 파기됐다"면서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중앙집권적 금융관료의 늪에서 헤매지 말고 강력한 정책의지로 선박금융공사 부산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