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 절차가 한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재개될 조짐이다. 오는 5일 임원추천위원회가 다시 꾸려지는 것이 그 신호탄이다.
고대하던 시간이 다가왔지만 어딘가 미심쩍다. 이사장 선임이 베일에 가려진 동안 문제들이 속속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후보자들은 침묵했다. 거래소 이사장에 자리를 놓고 포부를 펼치고 양지에서 경쟁해야 할 후보자들이 죄다 꿀먹은 벙어리가 돼버린 것이다. 청와대에 찍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모 후보는 "기사에 이름이 아예 안나가는게 가장 좋은 일"이라며 "다른 공공기관들을 봤더니 다 된 인사도 하루아침에 뒤집히더라"고 토로했다. 다른 후보도 "이름이 오르내리거나 거래소에 대해 섣불리 말을 꺼냈다간 '나가리' 될 것 같아서 아무런 말도 못하겠다"고 전했다.
후보들의 침묵 뒤로 풍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후보자들이 대놓고 '정치'를 못하니 뒤에서 조종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백기가 길어지다보니 내부에서 특정 후보들을 중심으로 일렬종대 줄서기를 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온다"고 말했다.
거래소 다른 관계자도 "어떤 집단이든 권력의 자리가 오래 비어있으면 줄타기는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보는 눈이 많은 거래소가 이런 소문에 휩싸여도 되는가 싶다"고 한탄했다.
거래소 노조는 이런 소문들을 의식한 듯 대자보에 몇 몇 후보들을 거론하며 '정치질을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베일에 쌓인 인선에 후보자들의 비전을 나눌 수 없으니 과거를 붙들고 힐난한다.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선을 중단한 건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 납득할만한 인물을 찾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 비워뒀던 것일까. 거래소 주변에 잡음이 먹구름처럼 잔뜩 끼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