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英, 中, 신흥국 등 위험 줄고 방어력 높아져
<사진출처:신화/뉴시스> |
리먼 브러더스의 진앙이었던 미국은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일부 국가들에서 위기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유력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는 7일자 최신호를 통해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5년 후 세계 금융시장은 일련의 개혁 노력을 통해 비교적 안정됐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한다면 그 위험은 '유로존'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험은 리먼 브러더스와 같은 규모는 아니더라도 역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어 우려가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이 부채 규모가 줄어들기는 커녕 더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지역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이 미국보다 약한 데다 앞서 부채 상각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럽 주변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부채를 줄이기 힘들고, 재정 긴축 정책도 부작용을 불러왔다. 게다가 높은 실업률 때문에 정치적인 격변이 등장해 개혁이 느려질 수 있고, 마지막 보루인 유럽중앙은행(ECB)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유로화를 지킨다"는 정책도 아직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리먼 브러더스급 파국이 조만간 닥질 위험은 낮지만, 작은 시장이나 지역별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다수의 위기 요인들이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작은 위기 요인들로 중국 부동산 거품이나 미국 연기금 문제, 루피화를 필두로 한 신흥국 외환 위기 가능성, 일본 국채 파산 위험, 영국 부동산이나 프랑스 주택시장 문제 등을 적시했다.
◆ 유로존, 여전히 리먼급 태풍의 핵 될 수 있다
※출처: Economist 온라인 기사 화면 |
전문가들은 리먼 브러더스가 큰 파문을 일으킨 배경에 대해 당시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또 금융권의 복잡한 연계성으로 이 같은 부채 규모와 관계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없었으며 정부의 대응 여부와 여력에 대해서도 혼란이 가중됐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위기 역시 이 같은 취약점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 금융산업 전반은 지난 2008년 이후 부채 문제와 금융권의 복잡한 연계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척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바젤III'와 같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은행권에 자본을 추가로 확충하도록 요구했으며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투명성을 높였다. 대형 은행의 파산에는 은행의 책임을 늘리는 방향으로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리먼 브러더스의 교훈을 통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금융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은행 13%는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국제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개선됐으며 문제가 됐던 부동산 시장 역시 조정을 받았다는 관측이다.
◆ 위기 5년 만에 기업과 투자자, 자본시장이 살아나
비록 재정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이는 가계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버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전처럼 위기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물론 일본과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보다는 여건이 덜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경기 전망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부채는 GDP의 200%에 달하고 있다. 영국 역시 적자 감축 노력과 함께 민간 투자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 위기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신흥시장에서는 중국의 신용 팽창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2008년 미국과 같이 중국도 정확한 부채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중국 역시 일본과 비슷한 채무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막대한 저축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부실 채권을 상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위기가 발생할 확률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출처: Federal Reserve, WSJ에서 재인용 |
한편, 이날 월가의 금융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먼 5주년 특집 기사를 통해 수천억 달러의 구제금융 비용과 880만 개 일자리 그리고 19조 달러가 넘는 가계 자산이 소멸된 충격을 딛고 최근 미국 기업과 개인 투자자 그리고 자본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그 동안 공격적인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에 나섰던 미국의 비금융권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다시 늘기 시작했고, 금융시장에서도 위험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들이 확연하다.
미국 회사채시장이 6조 달러 규모로 2007년 이래 59%나 성장했고, 낮아진 조달금리에 막대한 사채 발행을 통한 인수합병과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JP모간체이스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 비금융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2010년 이후 20%가 증가해 수익의 1.51배에 이르렀다. 2008년 위기 발생 때보다 6% 더 높아진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