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수요층만 지원 집중, 40대 수요층 "형평성 없다" 불만
수익 및 손익 공유형 모기지가 생애최초 구입자만 지원해 30대 등 젊은 층에게만 수혜를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정책이 타깃이 잘못 설정됐고 자칫 기금 운용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경기도에서 전용 85㎡ 규모 아파트를 사기 위해 정부가 새로 내놓은 공유형 모기지를 받으려다 실패한 김모씨(45)의 하소연이다. 연 1%대 초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공유형 모기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만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수익 및 손익 공유형 모기지(주택담보)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유형 모기지는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1~1.5%대의 연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 상품. 이후 집을 팔았을 때 발생하는 이익과 손해를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한다는 개념의 새로운 대출 상품이다.
'8.28 전월세 대책'에서 처음 도입된 이 상품은 최근 실시된 시범사업에서 단 54분 만에 대출 신청 한도인 5000명의 신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불만과 함께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정책 '타깃'(목표)가 빗나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공유형 모기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만 신청할 수 있다. 때문에 집을 넓혀 이사 가려는 사람이나 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은 배제된다.
이 규정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한창인 40대 수요층의 불만이 높다. 실제 지난 10월 1일 모기지 대출을 신청한 5000명 가운데 40대 가구주는 21.4%로 20%를 간신히 넘었다. 65.5%를 차지한 30대의 3분의 1 수준.
정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최초로 집을 사는 연령은 평균 만 39세다. 30대에 내집을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 셈이다. 모기지의 타깃이 주거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한 40대 가구주는 "집이 필요한 사람은 이제 막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30대가 아니라 애들에게 방을 줘야해서 25평(전용 60㎡) 집이 필요한 40대일 것"이라며 "집을 사라고 유도하는 대책이라면 소득 제한이 있는 것은 당연하더라도 재구매자를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토로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생애최초자만 지원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게만 정책 지원이 집중되면 아무래도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공유형 모기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만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재구입자는 지원프로그램이 없다. 재구입자까지 지원하면 기존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크게 요동칠 우려가 있다는 게 국토부의 이야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구입자를 지원하는 방안은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찾기 어렵다"며 "일반인이 주택을 사고 파는데까지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가 대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면 기금 운용 면에서 리스크(위험성)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대는 상대적으로 40대에 비해 직장 생활을 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장기 주택 모기지 대상으로 알맞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 하지만 자산이 적고 실직 등으로 대출이자를 제때 갚기 어려운 위험이 높다. 때문에 기금 안전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집을 사는 수요층의 나이가 젊어질수록 생활환경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며 "자칫 이들 젊은 층 대출자가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면 기금 운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00만원이라는 연소득 상한선도 불만 꺼리다. 7000만원이란 숫자 자체가 합리적인 계산을 토대로 나온 것이 아니라 기금 대출 상한선을 조금씩 올리다보니 만들어진 숫자라는 지적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공유형 모기지는 주거복지 대책이라기 보다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 만큼 맞벌이 부부 등을 고려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