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저축은행 국감' 재연될 듯
[뉴스핌=김연순 기자] 오는 17일부터 예정돼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당국 국정감사에선 지난 2011년 당시 '저축은행 국감'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양사태가 일파만파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번 국감은 이름을 바꿔 이른바 '동양 국감'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동양계열사의 기업어음(CP)와 회사채 관련 불완전판매 여부 및 피해자 구제 문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부실 논란이 정무위 국감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사태가 금융권 블랙홀이 되면서 애초 논란이 예상됐던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 및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1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과 18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감에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가 각각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는 동양증권이 판매한 회사채와 CP에 대한 금융소비자 피해, 금융당국의 감독부실, 동양그룹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 세 가지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동양그룹과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비대위는 금융당국이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에 뒤늦게 대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사진=김학선 기자> |
◆ 동양 CP·회사채 불완전판매·피해구제 핵심
우선 정무위원들은 증인들을 대상으로 동양증권이 동양 계열사의 CP 등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적극 투자권유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동양증권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불완전 판매를 들여다 보고 있다. 또한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부실 CP가 판매된 시점과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시점을 대조해 보고 있다.
새누리당 또한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와 피해구제 대책 마련 등을 위해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동양그룹) 총수일가가 사퇴 수습은 커녕 개인계좌에서 인출하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최대한 진실을 밝혀내고 대주주 등 책임자에 대해서는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CP에 투자한 2000여명은 지난 9일 집회를 열고 "금융당국이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에 뒤늦게 대처해 결국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은 동양사태 관련 피해자들로부터 분쟁조정신청을 접수중에 있다. 현재까지 1만2000명이 분쟁조정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녹취록을 하나하나 확인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리기 위해선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강도 높은 '감독부실' 질타 예고
2011년 저축은행 국감에 이어 이번에도 금융당국의 감독부실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금감원과 금융위의 감독부실과 늑장대응이 동양사태를 키웠다며 감독책임 문제가 이번 국감의 핵심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동양그룹 사태가 개인투자자 4만여명, 피해액이 2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뭐했는지, 당국은 부실 감독과 늑장 대책에 대한 질타가 높다는 걸 의식하고 피해 최소화 대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동양그룹 계열사 법정관리 사태의 1차적 책임은 금융위원회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가 2008년 8월 '금융투자업 규정'을 제정하면서 계열회사 지원 목적의 계열회사 증권 취득을 금지한 규정을 삭제했다"면서 "이 때문에 동양증권이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신탁재산에 편입해 고객에게 판매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식 의원도 "금감원이 동양증권의 CP 보유규모 감축 및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을 위한 MOU(양해각서) 미이행을 인지하고도 늑장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이종걸 의원은 "금융위는 미스터리 쇼핑 항목에 특정금전신탁을 제외하는 정책 실패를 보였고,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제재에 대한 사후 시정 미확인으로 부실계열사 CP나 회사채 판매를 계속하게 한 감독실패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