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과평가'…경제둔화 이어지면 증시도 악화 우려
[뉴스핌=주명호 기자]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신흥시장 중 하나로 각광 받아왔던 멕시코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최고점을 찍은 증시는 10% 넘게 빠지면서 조정 국면에 들어선데다 해외 투자자들도 그간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는 추세다.
작년 12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정책 기대감이 커지면서 멕시코 대표주가지수인 IPC-35는 올해 1월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 흐름을 이어가며 지난 16일 기준으로 연초대비 12%나 하락했다.
주가 급락에 상장기업들도 폭탄을 맞았다. 세계 최고부호인 카를로스 슬림이 보유한 남미 최대 이통통신사 아메리카 모빌의 경우 올해 주가가 현재까지 9%나 떨어졌다. 아메리카 모빌은 IPC 지수 내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 IPC 추이. <출처 : WSJ> |
멕시코 증시내 자금 유입 동향. <출처 : Wallstreet Journal> |
MSCI의 멕시코 투자적합 시장지수(MIMI)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 증시의 주가수익비율은 17배로 나타나 신흥시장 평균인 12배를 웃돌았다. 올해 들어 19%나 급등한 미국 S&P 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이 14.4배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간 앞다투어 멕시코를 향했던 해외 자금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자산정보 제공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0월 9일 기준으로 6개월 간 멕시코 증시에서 빠져나간 해외 자금은 11억 6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전 6개월의 경우 총 42억 2000만 달러의 자금이 멕시코 국내로 유입됐었다.
그럼에도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자금이 빠져나간 대신 국가 연기금 펀드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관련법에 따르면 연기금 펀드는 자산의 80%를 멕시코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해야만 한다. 연기금 자산은 지난 10년 간 매년 평균 19% 씩 증가해 올해 8월 기준 총 1480억 달러에 이른다.
당초 연기금은 대부분 멕시코 국채에 투자했으나 이로 인해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수준에 근접하면서 증시로 투자처를 다각화시켰다. 연기금 펀드가 주식시장 투자에 처음 참여한 2010년 이후 기업상장 규모는 15%나 증가했다.
멕시코 증시 IPO 규모 추이 및 연기금 자산 증가 추이. <출처 : Wallstreet Journal> |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를 우려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둔화가 지속될 경우 기업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2분기 멕시코 GDP성장률이 2.9%로 위축된 이후 올해 성장 전망도 연이어 하향조정되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올해 멕시코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1.2%로 크게 낮췄다. 멕시코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이보다 높은 1.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