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페멕스와 수익공유 가능해져
[뉴스핌=김동호 기자] 지난 75년간 국영기업 '페멕스(PEMEX)'가 독점해왔던 멕시코 에너지 시장이 개방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외신은 멕시코의 에너지 시장이 민간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원유와 천연가스 등 멕시코의 에너지 분야는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가 독점해왔으나, 최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에너지 산업을 민영화 하는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석유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를 개선하고, 민간과 외국인에 의한 에너지 부문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다.
페멕스는 그간 멕시코 연방정부 재정 수입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세금을 내왔으며, 전체 수출 중 15% 전후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멕시코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페멕스가 각종 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독점에 따른 부정부패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결국 멕시코 정부는 에너지 시장 개방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 공약으로 페멕스의 개혁에 나설 것임을 밝혔으며, 올 하반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상태다.
현재 페멕스가 독점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니에토 대통령은 "(페멕스에 독점권을 부여한) 헌법을 개정해 석유 탐사 단계부터 전 과정을 국영 기업이 아닌 정부와 감독당국이 관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분석 기사를 통해 니에토 대통령의 이번 방침은 외국계 회사들이 직접 석유생산을 통제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페멕스와 수익배분 약정을 맺을 수 있는 정도로 제한적인 것이지만, 1938년 국영화했던 핵심 산업을 개방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석유생산 능력은 일일 300만 배럴로 세계 9위 산유국에 해당한다. 다른 산유국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점은 더욱 매력을 높게 하지만, 국영회사 독점 구조는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려 2004년 이후에는 생산능력이 줄고 있다. 게다가 석유생산 수익이 대부분 국가 재정지출 수요로 흡수되어 제대로 석유 시추 개발 등에 투자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들여와 다시 산유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엑손모빌과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들은 직접 생산통제 지분을 통해 단기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좀 더 과감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멕시코 정부는 과도한 에너지시장 개방에 대한 대중적인 불만이 형성될까 우려하고 있어 균형을 잡고 점진적인 개방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너지 시장 개방과 관련해 멕시코 정부는 시장 개방에 따른 투자 확대로 국내총생산(GDP)이 약 2%포인트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