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재정, 중앙정부 재량에 달려...이런 통합, 변화보단 책임만 지게돼"
'충청홀대론' '입법화'에 분노 민심..."국가가 같은 기준으로 책임져야"
[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자마자 '충청 패싱' 논란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날, 같은 당론으로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을 동시에 발의했지만 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두 지역에 적용된 기준은 사실상 '이중 잣대'에 가깝다는 비판이 거세다. 광주-전남에는 국가 책임을 명시한 강행 규정을, 대전-충남에는 중앙정부 재량에 맡기는 규정을 적용하면서 지역 차별이 입법 단계에서 구조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같은 당에서 같은 통합을 전제로 법안을 냈는데 대전-충남만 권한과 재정이 빠져 있다"며 "이건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두 법안을 조문 단위로 비교하면 차이는 명확하다.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에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사무 이관▲행정통합 추진에 따른 제반 비용 국가 부담▲첨단 전략산업 육성 및 국가 차원의 재정·행정 지원 등이 모두 "하여야 한다"는 강행 규정으로 돼 있다. 국가가 책임지고 이행해야 할 의무를 법률로 못 박은 구조다.
반면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에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이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바뀌거나 아예 선언적 문구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을 명확히 보장하기보다는 중앙정부 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 것이다. 통합의 핵심인 권한·재정 이전을 법률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둔 셈이다.
공공기관 2차 이전 조항에서도 격차는 더 분명하다.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에는 통합특별시에 대해 공공기관 이전 시 "2배 이상 우대 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대전·충남 법안은 "우선 고려할 수 있다"는 수준에 머문다. 같은 통합 특별법임에도 한쪽은 의무, 다른 한쪽은 권고에 그친 구조다. 심지어 명확한 수치로 광주전남에 공공기관을 이전할 것을 못 박은 법률안이다.
이 시장은 이러한 조항을 하나하나 짚으며 불평등한 법안이라고 직격했다. 이 시장은 "문장 하나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야 한다'와 '할 수 있다'는 전혀 다른 법"이라고 짚으며 "권한과 재정을 중앙정부 재량에 맡기는 순간 통합은 껍데기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방식이라면 통합을 해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고, 책임만 지방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충청권에서는 이번 법안을 단순한 설계 미숙이나 조율 실패가 아닌 지역을 무시하는 정치권의 입장이 담긴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가 정책과 대형 프로젝트에서 반복돼 온 충청권 후순위 배치가 이번 행정통합 추진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문제의식이다. '충청 홀대'가 단순한 일부 정치적 목소리가 아니라 아예 국가가 입법 형태로 공식화했다는 강한 비판이다.
이 시장은 "국가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면 말이 안된다"며 "같은 통합이면 국가가 같은 기준으로 책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별법은 통합을 위한 법안이라기보다 지역 간 격차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시장은 "이런 법안으로는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국회가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충청권은 또 한 번 국가 결정 과정에서 밀려났다는 깊은 상처를 안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nn041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