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인터뷰 "서머스 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이질적 亞 최적화된 지원할 것"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우리나라에선 '국제통화기금(IMF)'이란 단어가 특별하게 쓰인다. 국민들에겐 일종의 트라우마(trauma)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IMF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고 '굴욕적인' 조건들을 감수해가면서까지 돈을 받아야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기 때문이다. 경제와 사회의 구조 자체가 뿌리부터 바뀌는 혼란을 감수해야 하기도 했다.
조기에 구제금융 자금을 상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며 체질을 개선한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17년 후 IMF의 주요 보직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두게 됐다.
지난 26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으로 내정된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그 주인공. 이창용 IMF 아태국장 내정자는 28일 뉴스핌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적 위상이 높아졌고 이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한국만을 위해 가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창용 내정자는 전 세계적으로 책임있는 자리에 우리나라가 오르게 된 것이고 그래서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아태국장에 한국 사람이 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국만 특별대우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선을 긋고 "아시아를 위해 가는 자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마치 한국을 위해 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결과적으로 다른 아시아 나라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에도 좋지 않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에 내정된 이창용 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
또한 "아시아 지역은 실물경제가 금융시장에 비해 더 발전된 곳"이라면서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각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내정자는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지도교수였다는 점이 과장되게 부각되고 있다며 부담스러워했다.
"서머스 전 장관이 이번 IMF 아태 국장 임명에 연계돼 있다든지 하는 말들이 오가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 "물론 서머스 전 장관도 제가 IMF 아태국장이 되도록 추천해 준 많은 분 들 중의 한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추천자 중 한 사람이었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라고 강조했다. 서머스 전 장관과는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이번 IMF 아태 국장 임명이 되자 곧바로 전화로 축하 인사를 건네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서머스 전 장관이 이 내정자를 아태 국장에 가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내정자는 우리나라의 대표 석학 율곡(栗谷) 이이(李珥) 집안의 후손이기도 하다. 그는 "율곡의 직계 후손이 아니라 율곡의 셋째 동생인 옥산(玉山) 이우 선생의 16대손"이라면서 "이 또한 잘 봐주시려고 많이들 언급하시는 부분인데 과장되게 보도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내정자는 전 정부에서 유치했던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대통령의 셰르파(협상 대리인)로 활약했고 이어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자리를 옮길 때에도 주목을 받았다. 그 공을 인정받아 더 편한(?) 보직을 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제 네트워크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며 ADB행을 택했다.
한편 인도인 아눕 싱 현 IMF 아태국장 후임을 놓고선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G20 정상회의 등을 위해 뛴 고위급 인사들이 이 자리를 원했지만 관(官)과 이론적 기반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이 내정자에게 돌아갔다. 그는 내년 2월부터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창용 IMF 아태국장 내정자는 196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쳤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