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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이종석 "스타보다 진짜 배우 돼야죠"

기사입력 : 2014년01월20일 08:25

최종수정 : 2014년05월29일 11:06

 

[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걔 요즘 톱스타 병 걸렸다던데 괜찮을까?’ 배우 이종석(25)을 보면 어떨 거 같으냐고 묻자 대다수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무슨 느낌인지 알 듯했다. 분명 어깨엔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콧대는 하늘을 찌르리. 지난 한 해 바빠도 너무 바빴고 잘나가도 너무 잘나갔다. 인터뷰 장소를 비밀리에 옮겨야 했을 정도로 인기도 어마어마하다.

영화 ‘피끓는 청춘’ 언론시사회 다음날 이종석을 마주했다. 여전히 금발을 휘날리며(?) 걸어 들어오던 그는 제법 먼 거리에서부터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톱스타 병? 웃기는 소리였다. 여전히 빡빡한 일정이 계속됐지만, 이종석은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유지했다. 직접적이고 때론 불편한 질문에도 정성스레 답을 건넸다. 게다가 말투에는 특유의 애교가 묻어났다.

“어땠어요? 객관적으로 정말 어땠어요? 솔직하게요. 제 연기는 괜찮았어요?” 영화는 잘 나온 거 같으냐는 인사에 되레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첫 영화도 아닌데 얼굴에는 시험을 앞둔 학생마냥 긴장감이 가득했다. 영화는 꽤 코믹했고 이종석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답변에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지난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쉴 새 없이 달려왔던 이종석이 ‘피끓는 청춘’으로 올해 첫 스타트를 끊었다. 1980년대 농촌 로맨스를 그린 영화에서 그는 소녀 떼를 사로잡은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을 열연했다. 스크린 속 이종석은 5:5 가르마를 한 채 오글거리는 멘트로 작업 걸기 바쁘다. 속옷 바람에 춤을 추는가 하면 일진에게 맞을까 거참 비굴하게도 군다. 대중이 알고 있던 훈남 이종석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작품으로 어떻게든 제게도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학생 캐릭터만 연기한다는 이미지를 깨고팠죠. 중길은 학생이지만 디테일한 면은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과 완전 달랐어요. 근데 대중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해 답답했죠. 이번엔 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제 필모에도 꼭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했고요. 개인적으로는 흥행 여부를 떠나서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그의 말처럼 중길은 그간 보여줬던 캐릭터와 확연히 다른 성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학생이다. 결국 또 교복을 입어버렸지 않느냐고 우스갯소리를 던지니 이제 더는 못 입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교실에 있을 법한 학생은 다 연기했단다. 남의 목소리가 들리는 학생(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까지 해봤으니 어련하랴. 거기다 계속되는 학생연기에 어리게만 보는 주위 시선도 못내 속상한 모양이다. (믿을 수 없지만, 영화 ‘노브레싱’ 촬영 후 너무 많이 먹어서 생겼다는) 뱃살을 빼기 위해 다니는 헬스장 트레이너도 그의 나이를 알고 놀랐을 정도다. 서른이 돼도 지금처럼 동안일 거 같은데 어떡하느냐고 하자 금세 울상을 지었다.

“그렇죠? 정말 술이라도 먹어야 하는 건가? 근데 또 제가 술을 못 마시거든요. 지난해 말 처음 마셨는데 왜 마시는 줄은 알겠더라고요. 사고를 치거나 망가져도 될 거 같은 느낌이랄까. 취하니까 현실이 아니고 꿈같은 느낌이 들었죠. ‘이 기분에 마시는 구나’ 싶었어요. 기분은 되게 좋더만요(웃음). 근데 술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싫고 맛도 없었어요. 제가 또 해독이 느린지 한 잔에도 얼굴이 되게 빨개져요. 무엇보다 힘들 때 술의 힘을 빌어 헛소리할까 봐 싫어요. 나 힘든 거 알아달라고요. SNS를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죠.”

‘술을 먹지 않는다=운동을 즐긴다’는 공식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곳이 연예계다. 술이 싫으니 그럼 운동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의외로 그는 대번에 운동이 제일 싫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배우가 술도 운동도 즐기는 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지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기분을 잘 조절하는 것도 아니에요. 주변 사람에게 늘 찡찡대죠(웃음). 딱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없어요. 술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미생활이 있는 것도 아니죠. 그냥 집에 혼자 있으면서 풀어요. 혼자 있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뭐 그것도 TV 보는 게 다지만요. 그냥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감성적이 되는 순간이 좋아요. 그래도 좀 한가해지면 취미를 가져보고요. 예를 들면 디제잉이나 테니스 같은 거요(웃음).”

소년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종석의 올해 계획은 ‘조금 여유롭게’다. 하지만 대세 배우의 한해가 여유로울 리는 없어 보인다. 벌써 방송, 영화는 물론 광고계까지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그 덕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웃었지만 어깨는 꽤 무겁다. 차기작을 드라마로 정한 지금도 편성, 동시간 대 방송, 라인업, 시청률까지 신경 쓸 게 많다.

“아무래도 생각할 게 많아졌어요. 연기도 잘하고 싶고요. 그동안 전 그냥 운이 좋았어요. 쉬지 않고 계속 일했고 좋은 작품을 만났죠. 배우가 크게 두 개 유형으로 나뉘잖아요. 스타형와 배우형. 근데 전 되게 애매해요. 추구하는 방향은 분명 배우형인데 제 행보를 보면 스타형이잖아요. 혼란스럽죠. 스스로도 이렇게 금발로 염색하고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그럼 나는 스타가 되고 싶었던 걸까?’ 근데 그건 또 아니에요. 연기가 정말 좋으니까요. 어쨌건 확실한 건 이제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상’ 보면서 땀 엄청 흘렸죠”

이종석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다시 못 찍을 걸 알면서도 주위에서 캠코더로 찍어놓은 그 날 촬영분을 100번이고 돌려본다. 그리곤 혼자 자책(?)하고 다시 연기해 본다. 스스로에게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자신만의 강점을 꼽아 달라 요청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담백함이라 말했다. 이조차도 ‘굳이 꼽자면’이란 전제를 몇 번이고 붙이고서야 들을 수 있었다. 대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인기남은 신기할 만큼 겸손했다.

“배우일 경우 연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은 거만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잘해서 나오는 거니까요. 근데 저는 아직 그게 아니잖아요. 연기도 잘 못하고…. 연기할 때만큼은 잘하고 싶은데 너무 모자라죠.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 돼요.”

연기에 유독 자신이 없어 보이는 이종석에게 혹시 영화 ‘관상’(2013)의 여파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내 “연기 못했다고 엄청나게 욕먹었다”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간 연기력으로 혹평받은 적 없는 그지만, ‘관상’ 때는 조금 달랐다. 배우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등 대표 연기파 선배 사이에서 난데없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관상’ 트라우마가 엄청나다는 이종석의 말투는 꽤나 진지했다. 

“그 이후로 사극 시나리오가 몇 개 들어왔는데 안 봤어요(웃음). 물론 도전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아니죠. 영화가 흘러가다가 저만 나오면 흐름이 끊기니까 정말 진땀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재능이 없나’ 생각했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전작의 단점을 다음에 보완하면 연기는 늘겠지만, 아직 좀 무서워요. 정말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지금 제 이미지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거고요. 물론 굳이 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진 않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배우가 되는 거니 고민이 많아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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