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 경계..상승 기대 여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 급락에 월가의 투자자들도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패닉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 뚜렷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지적이다.
향후 시장 전망을 둘러싼 월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까지 이머징마켓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최근 투매에 따른 급락이 매수 기회라는 주장도 나왔다.
◆ 결국은 중앙은행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부터 터키의 정치 리스크 및 남미 신흥국의 경기 펀더멘털 저하까지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을 놓고 다양한 원인이 제기됐다.
하지만 핵심 요인은 선진국 중앙은행이라는 데 이견을 찾기 힘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2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본격 나선 데 이어 일본은행(BOJ)과 영란은행(BOE)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비둘기파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외환 전략가는 “선진 10개국 중앙은행이 최근 들어 일제히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에 대해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심지어 BOJ조차 예전에 비해 비둘기파 색채가 희석되자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전략가 역시 “기업 실적 부진과 중국의 지표 악화 등 금융시장 급락에 대해 갖가지 이유가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것은 내주 연준이 또 한 차례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 ‘퍼펙트 스톰’ 진정될까
공격적인 매도를 초래한 원인과 무관하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퍼펙트 스톰’을 연출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앞으로 전개된 향방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이머징마켓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크게 휘둘리는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것으로 진단했다.
TD 증권의 에릭 그린 글로벌 외환 및 상품 헤드는 “이머징마켓의 변동성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앤드류 윌킨슨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이머징마켓은 이에 대해 불안정하고 취약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패닉 속 차별화..상승 기대 여전
글로벌 금융시장이 국경 없는 급락장을 연출하고 있지만 동조화 속에서도 차별화 움직임이 없지 않다고 월가 투자가들은 판단했다.
또 글로벌 투자자들이 도미노 매도에 나섰지만 상당수가 여전히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지 않았고, 매수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JP 모간 자산운용의 니마 타예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국 통화의 급락이 고질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각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차별화가 뚜렷하다”며 “동반 급락한 통화 가운데 한국 원화와 멕시코 페소화는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UBS의 바누 바웨자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 기대가 꺾이지 않았다”며 “신흥국 통화가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채권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라고 전했다.
골드만 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 역시 신흥국의 급락을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베팅할 것을 권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