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운용은 현물 털기, 선물 쪽은 반등 여부 '관심'
[뉴스핌=정경환 기자]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이탈이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이 5208억원 순매도하면서 1910 선까지 밀려났다. 이는 지난달 12일 동시 만기 때 6128억원 순매도한 이후 한 달 반 만의 최대치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물에서 외국인이 종목과 바스켓 양쪽 다 던졌다"며 "평소 종목과 바스켓을 동시에 던지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미뤄 보면, 이는 그만큼 우리 시장에서 빨리 나갈 생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세에 코스피는 이날 장 초반 한 때 1900 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그나마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은 다소 줄어들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이 워낙 많이 사들였다"면서 "하지만, 외국인 대량 매도는 현물시장을 안 좋게 보는 것으로, 앞으로도 당분간 좋은 모양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현물에서와는 달리 이날 선물 외국인은 5212계약 순매수하며, 지난달 24일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가장 많이 사들였다.
선물 외국인의 대량 매수세는 일단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단기적으로나마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중호 동양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시각이 갈린다"며 "장기 운용 세력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라 현물 포지션 바꿔야 되므로 시장 이탈을 생각 중"이라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포지션이 가벼운 선물에선 지수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전균 삼성증권 파생상품팀장은 "선물 외국인들 가운데 단기적 대응 플레이어가 많은 것 같다"면서 "1900 지지를 확인하면서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선물 외국인이 서로 다른 세력이므로 오늘 선물 매수를 헤지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향후 선물 시장은 반등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현물 시장도 그에 동조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심 수석연구위원은 "선물 외국인이 포지션 정리하고 나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1차 하락 충격은 끝난 듯하다"면서 "선물은 내일부터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현물은 아직 알 수 없다"며 "오늘 상황을 보면 급하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 주 휴일까지 끼어 있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보고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현물 외국인은 FOMC 전에 던지고 나가든가, 아니면 베팅을 하든가 남은 이틀 동안 결정해야하므로 매도가 급해진 거 아니냐는 추측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오는 29일 미국 FOMC에서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여부와 다음 달 2일 태국 총선 등이 주목된다"며 "1차적 충격은 일단 들어왔고 이벤트 지나면서 차츰 안정될 것이지만, 급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