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투자 자금 이동 흔적 없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주가 급락이 뉴욕증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지만 이 같은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이머징마켓에서 안전지대를 찾아 뉴욕증시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빗나갔다는 평가다.
27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들 사이에 이머징마켓에서 촉발된 주가 급락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다우존스 지수가 지난 주 후반 이틀간 3% 떨어지면서 한 주간 낙폭이 1년래 최대폭에 이르자 경계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로버트 W. 베어드 앤 코의 브루스 비틀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올해 글로벌 증시가 투자자들에게 험난할 것”이라며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뉴욕증시가 10~20%에 이르는 조정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주가가 지나치게 과열을 보인 만큼 이머징마켓의 약세 흐름이 호재보다 악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조셉 퀸란 전략가는 “뉴욕증시가 추세적인 하락으로 접어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주가 하락에 서둘러 매입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주가 하락 전망이 번번이 빗나갔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가 본격화됐고, 밸류에이션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올라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록웰 증권의 웨인 코프만 시장 애널리스트는 “주가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지난해 크게는 20%까지 상승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머징마켓의 주가 급락이 단순한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경기 부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렇게 볼 때 이머징마켓의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고, 뉴욕증시 역시 반사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의 리처드 번스타인 대표는 “이머징마켓 주가 급락은 구조적인 문제가 시장의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가와 외환, 채권시장이 낙폭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의 성장이 신용 버블에 기댄 측면이 크고, 때문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이다.
모간 스탠리의 마노지 프라단 글로벌 이머징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개월 동안 투자자들에게 신흥국 주식과 채권을 멀리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자산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