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벤처기업에 팀단위 1주일씩 해외연수"
[뉴스핌=노종빈 기자] 한국 정부 산하 최소 5개 기관들이 지난해부터 30억달러(약 3조2150억원)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창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관료주의적 사고방식과 전문성 결여로 인해 정부 재정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4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현판 제막식 모습. [사진제공: 청와대] |
한국 정부 산하기관들은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모아 실리콘밸리나 런던,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 대략 1주일 정도 현지 연수를 보내는 일에 예산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주된 지적이다.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은 이들 창업자를 세계적인 아이디어들에 노출시켜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삼성이나 현대, LG와 같은 재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이들 기관이 연간 배정된 정책 예산을 다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한 회사 직원들이 서너 군데 프로그램을 다녀온 경우도 많았다.
예컨대 한 벤처회사의 경우 싱가포르에 두번, 미국 실리콘밸리와 보스톤 지역에 각각 한번 씩 총 네번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정부가 후원한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를 다녀온 29세의 에드워드 리는 "정부가 우리 회사에게 지원해 준 한달 간의 일정은 매우 팀웍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8세의 젊은 벤처기업가인 찰스 표 역시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부서가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존재하는 벤처지원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는 공적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두 차례 등 세 차례의 정부 후원 프로그램에 다녀온 영국 출신의 내이선 밀라드는 "지난해 한국 정부는 돈을 그냥 던져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과 전문성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이로 인해 연간 배정된 예산을 다 써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프로그램을 최대한 많이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라드는 또 한국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의 결점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며 하지만 동시에 발생된 피드백에 대해서도 감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일부 벤처캐피탈 및 창업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이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도 중복이나 비효율로 귀착돼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벤처생태계를 교란시켜 창업기업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뒷전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한국 정부는 1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벤처 창업을 지원사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한 박 대통령의 첫 번째 정책 결정은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드는 것이었다.
WSJ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도 전달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거나 삼성과 같은 재벌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만이 성공적인 경력이라고 생각하는 현상을 바로잡겠다"며 "젊은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년이라는 기간은 공정한 평가를 받기에는 짧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니터하고 있으며 상황이 바뀌거나 중복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