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이 '친박인명사전'을 내놓자 새누리당과 여권은 발끈했다. "21세기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는 논평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조용히 미소를 지은 사람도 있었다.
'친박인명사전'에는 114명에 이르는 친박 인사가 2013년 이후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의 기관장·감사·이사직으로 임명됐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가운데 6·4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도전하는 정창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포함됐다. 정 전 사장은 새누리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지역발전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한 박근혜 대선캠프 강원지역 인사다.
정 전 사장은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현 강원도지사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친박인명사전'에 등재됨으로써 확실하게 '친박'으로 분류되고, 인지도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사장은 땡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지역이 강원도든 아니든 본인에게는 자부심이 될 수 있다"며 "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측은 손사레를 쳤다. 친박 인명사전이 '친박'의 의미보다는 '낙하산'을 지적한 것이고, 개별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
정 전 사장측 관계자는 "후보가 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선대위에 참여했던 객관적인 사실은 있지만 민 의원이 개인적으로 만든 자료에 대해 크게 언급할 만한 것은 없다"며 "고향 발전을 위해 본인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출마를 한 것이지 (친박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 출마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친박인명사전'이 또 어떤 이들에게는 '신분세탁'의 기회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친박과 대립각을 세운 '친이'계 인사들이 '친박'으로 분류됐다는 것.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원희목 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2006년 경남 MB연대 회장을 역임했던 이병웅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비상임이사, 정옥임 북한지원지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조전혁 한국전력공사 비상임이사 등이 친박인명사전에 포함된 친이 인사로 꼽힌다.
민 의원도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이 그들에게 영광이나 훈장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가능성을 경계했다. 다만, 민 의원실은 정기적으로 친박 인명사전을 만들어 낼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여기에 이름을 넣어달라거나 빼달라는 등의 주문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고 있는 박 대통령에 경종을 주기 위해 발간됐다는 친박 인명사전은 선거를 앞두고 '낙하산 근절' 이슈로 날을 세우려는 의도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149명의 명단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는 서로 '네가 더 잘못했다'식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다음 아고라의 한 네티즌은 "현 정부의 실상을 유권자들도 알 필요가 있다"며 "친박인사들의 명단공개와 과거전력 등을 책자로 만들어 베포한다는 것에 동감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